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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혁칼럼>불바다 협박까지 받다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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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서울이 불바다가 될 것이라니 이 무슨 소리인가.
우리가 어쩌다 이런 협박 공갈까지 받게 됐는지 분통이 터지고가슴이 답답하다.北의 好戰性.깡패性을 모르지 않지만 저들이 우리를 어떻게 보길래 그따위 협박까지 하게 됐는가.
물론 저들의 의도된 깡패性 발언에 덩달아 우리도 욱 하고 匹夫의 감정으로 나서서는 안될 일이다.오히려 이런 때일수록 저들의 의도를 냉철히 분석하고 가장 이성적인 대응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北의 협박이 설마 우리를 정말 깔보고 한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北이 궁지에 몰린 나머지 虛張聲勢로 그런 협박도 하는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北이 급하면 아직도「불바다」소리나 하는 수준이라는게 딱하기도 하다.
그러나 곰곰 따져보면 그동안 우리가 北을 제대로 능숙하게 다뤄왔는가도 문제다.金정부는 취임사에서『어느 동맹국도 민족보다 나을 수 없다』고 했지만 그 민족은 오늘날「서울불바다論」으로 응수하고 있다.또 우리는 인도주의 정신으로 李仁模 노인을 돌려보냈지만 우리의 송환발표 바로 다음날 北은 核비확산조약(NPT)탈퇴를 선언했다.금년 들어서도 우리가 모처럼 적극적인 자세로南北정상회담을 제의했지만 그로부터 한달이 안돼 그들은 핵심시설사찰 거부와 접촉 결렬로 긴장 고조 로만 나오고 있다.
北이 이처럼 우리의 善意를 깔아뭉개고 우리를 眼中에 두지 않고 행동하는데도 우리는 그동안 강경.온건을 오락가락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자세만 취해왔다.北核과 씨름해온지난 1년간 北은 우리가 걱정해온대로 시간을 벌 었고,그들이 원하던 對美 직접 접촉의 길을 열었으며 우리의 팀스피리트훈련을쥐었다 폈다 했다.반면 우리는 일관성없는 정책으로 클린턴정부의對北정책에 혼선을 초래했다고 美國언론에 꼬집히고, 그런 와중에美고위관리들의 保安法 폐지 발언 이나 들어야 했다.北이 먼저 제의한 特使문제에 거꾸로 우리측이 매달리다 급기야「불바다」소리까지 듣게 된 것이다.
왜 이런 결과가 왔고 과정에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를 철저히 따져보지 않으면 안된다.반성하고 고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겠지만 지금까지의 對北대응은 한마디로 깊이와 성숙성이 모자랐던 게분명하다.
가령 우리는 北의 속셈을 몰라 늘 쩔쩔매는데 우리의 속은 너무 쉽게 드러난 것도 한가지 例다.대화.經協.特使.팀스피리트등核을 둘러싼 주요 현안에 대해 우리측의 입장은 항상 미리 공표되고 쉽게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반면 北은 항상 돌출행위로표변하기가 일쑤였다.그러다보니 우리는 늘 北에 끌려가는 꼴이 되고 변변한 對北카드라곤 없는 실정이었다.
원래 한 가정을 꾸려나가는데 있어서도 알뜰주부라면 가족 모르게 푼돈을 저금하고 그 돈이 없는 듯 평소 생계를 꾸려나가는 법이다.정부쯤 되면 그런 알뜰주부 정도가 아니라 더 속깊게 제2,제3線을 항상 갖고 있어야 마땅하다.그래서 정 부가 열을 갖고도 처음엔 둘을 말하는 식이 돼야 무게가 있고 상대방이 그속을 쉽게 알아챌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對北관계에 있어 우리는 이른바「당근論」의 필요성이 이해되는 측면도 있지만 사찰을 받으면 팀스피리트는 중단한다든가,制裁를 가하면 긴장이 오므로 반대한다는 식으로 열이면 열을 다까버린다는 인상을 주어왔다.
그리고 강경론이든 온건론이든 우리가 일정한 힘이나 준비 없이는 마음대로 선택할 수도 없는 것인데 정부는 그런 준비는 소홀히 한채 强.穩만 왔다갔다 한게 아닌가.준비나 힘이 없다면 강경으로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 없고,힘없는 온건은 우리의 선택이 아니라 강요당한 굴복일 뿐이다.
우리의 방위능력이 약하다면 北의「불바다」협박을 정면으로 되받아칠 수 없고,우리 내부의 결속이 약하다면 저들의 통일전선 전술에 虛點을 노출하게 마련인 것이다.
지금 정부가 일반 국민이 모르게 얼마나 속깊게 제2,제3線의준비를 하고 있는지는 모르나 답답한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가령 北은 노동1,2호 미사일에 이어 최근엔 대포동1,2호라는 신형 미사일을 또 개발한다는데 우리 나름의 대응책은 뭔가.
美軍과의 역할분담 때문에 우리가 당장 미사일 개발에 착수하진 않는다 하더라도 속깊은 정부라면 一朝有事時엔 우리 도 단기간에대응능력을 갖출 내부태세의 布石정도는 알게 모르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總體的 반성과 책임을 그러나 北의 미사일개발 보도가 나와도 국민의 불안을 씻어줄 시원한 해명조차 듣기 어렵다.
평소 흔히 흡수통일은 안한다고 하지만 실제 우리가 흡수할 능력이나 있는지 한번 점검해봤는지도 모르겠다.
이제「서울 불바다」와 같은 협박까지 받게됐으니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된 책임소재를 반드시 가려야 할 것이고 지금까지의 對北정책과 태세에 대한 총체적 반성과 재정립의 노력이 나와야 겠다.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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