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빌리려면 펀드 들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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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회사원 박모(44)씨는 올 3월 은행에서 3000만원의 신용대출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박씨는 은행 직원에게서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라는 ‘압력’을 받았다.

 박씨는 “펀드 가입 여부에 따라 대출액을 조정할 수 있다는 설명에 어쩔 수 없이 펀드에 들고 말았다”며 “사실상 강요나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은행이 대출을 대가로 다른 금융상품의 가입을 강요하는 이른바 ‘꺾기 영업’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다만 과거의 ‘적금 꺾기’가 ‘펀드 꺾기’로 바뀌었을 뿐이다.

 금융감독원은 펀드 판매 과정에서 관련 법규를 위반한 국민·우리·신한·하나·외환·SC제일·씨티은행 등 7개 시중은행과 1개 지방은행의 임직원들에 대해 문책 조치했다고 28일 밝혔다.

 금감원은 올 4월부터 3개월간 은행들의 펀드 판매 실태에 대한 특별 검사를 벌여 8개 은행 157개 지점에서 대출 고객들을 상대로 펀드 가입을 강요한 사례 358건을 적발했다. 피해 고객은 297명이었으며, 이들이 가입한 펀드 금액은 20억원이었다.

 금감원 김대평 부원장은 “펀드 판매 수수료를 받기 위한 경쟁이 붙으면서 고객에게 펀드 가입을 강요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은행으로부터 재발 방지를 위한 확약서를 받은 것은 물론 앞으로도 관련 사례를 중점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또 5월부터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펀드 판매 실태에 대한 검사를 벌여 원금 손실 가능성 등 상품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사실을 일부 적발하고 조만간 개선 명령을 내리거나 제재 조치를 할 예정이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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