制裁로 끌려가는 북핵대책-정부 강경선회 배경과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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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부의 對北정책이 강경노선으로 선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韓昇洲외무장관과 워런 크리스토퍼 美국무장관이 18일오전 전화통화에서『北韓의 태도변화를 위해 모든 설득노력을 하되 필요하다면 새로운 대응을 즉각 모색하자』고 뜻을 모은 것도 北韓핵대책전환의 신호탄이라 할수 있다.
金三勳 핵담당대사가 17일오후 기자회견을 자청,『이제 인내력의 한계에 이르렀다』면서『과연 北韓이 대화할만한 상대인가 하는의구심이 든다』고 北韓을 비난한 것도 對北정책의 변화 가능성을보여주는 것이다.
金대사의 이같은 발언은 앞으로 南北韓 실무접촉(19일)과 IAEA 특별이사회(21일)가 열리지만 현재의 위기국면을 되돌려놓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수 있다.
다시 말해 IAEA 특별이사회가 결의안을 채택,北韓에 추가사찰을 촉구한다 해도 北韓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거의 없고 그렇다고 해서 특사교환에 돌파구가 마련되기도 어려운 상황을 솔직하게 인정키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19일 실무접촉을 앞두고 北韓에『이대로 하면 모든 것이 끝장』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해줄 필요도 있었다.
정부가 강경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IAEA가『핵물질의 비평화적인 전용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밝힌 상황에서 정부가 계속「대화노력」만 강조하면서 유연하게 대처하다간 北韓에 계속 끌려다닌다는 비난을 면키 어 렵다는 판단때문이다.
이에따라 對北정책은 원점에서 다시 출발하는 것이 불가피해졌고그동안『대화노력에서 얻은게 뭐있느냐.인내력에 한계가 있다』는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질 경우「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을 시종일관 강조해온 北韓핵 정책의 전면적인 수술이 불 가피해질 전망이다. 요컨대 대화를 통한 北韓핵 문제해결 노력을 계속하긴 하겠지만 제재쪽에 더 무게를 두는 전략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최근 네차례에 걸친 南北韓 실무접촉에서 北韓이 한층 배타적으로 나오고 사실상『핵문제와 관련한 합의는 美國만으로 족하고 韓國과의 대화는 최대한 차단한다』는 자세를 보일때만 해도정부는 실낱같은 기대를 걸었었다.
南北대화가 다소 부진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IAEA사찰만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곡절끝에 北-美 3단계 고위급회담이 열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었기 때문이다.
北韓이 IAEA가 요구하는 사찰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유엔 안보리로 핵문제가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을 피하는 선에서 사찰을 매듭지으려 할 공산이 크다는 게 그 근거였다.
정부의 이같은 시나리오가 빗나가고,北韓핵 문제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감에 따라 앞으로 정부내에서 상당기간 강온파간의 설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강경파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을 필요는 있지만 그들이 내놓은 北韓핵 해결책이 무엇인가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관계자는『현재의 결과를 놓고 그동안 정부의 대응책이미흡했다고 비난하면 달게 받겠지만 우리의 목표는 문제 해결쪽으로 가는 것이지 北韓에 대한 응징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對北제재를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막상 제재조치가 취해졌을때 효과가 미지수인데다 한반도 위기상황이 생겨날 수 있으며,무엇보다 한번 제재쪽으로 가닥을 잡으면 대화쪽으로 선회하기 힘들다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정부는 현재의 상황에 대한 종합적 분석을 근거로 보다체계적인 對北정책을 마련하되 장기적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아무튼 현재의 외교안보팀은 출범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았고 특히 점차 목소리가 커지는 강경세력들을 논리적으로 설득하지 못할경우 현재의 핵정책을 계속 펴나가기 어려운 상황이다.
〈朴義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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