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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보안법과 인권의 국제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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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도널드 프레이저(Donald M.Fraser).
지난 維新정권시대에 우리 언론에도 종종 오르내렸던 美國 연방하원의원의 이름이다.그는 1970년대 초 국제人權문제를 미국의대외정책에 결부시키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었다.
당시 韓國의 인권문제를 파고드는 프레이저위원회의 활동 내용을전해듣는 느낌은 착잡했다.독재정권에 압력을 가해 인권상황의 개선을 가져올 것이 기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마땅한 것이었지만,다른 한편 집안 문제를 남이 曰可曰否한다는 자체가 부끄럽기 짝이 없는 노릇이었다.
지난 권위주의 정권 시대에도 그러했거늘 하물며 文民정권이 들어선 오늘에 와서는 말할 것도 없다.최근에 미국의 고위 관리들이 우리의 국가보안법 폐지 의견을 밝힌 것은 여간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이 아니다.그런 점에서 여기에 대응해 內 政간섭이라고맞받은 집권당의 태도를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내정간섭이라고 반박하는것은 어디까지나 우리끼리의 감정 차원에서나 용인될 수 있을 뿐이다.과연 그러한 대응이 국제적으로도 통용될 수 있는가는 전혀별개의 문제다.
전통 국제법에 따르면 개인의 인권문제는 각 국가의 배타적 국내 관할에 속하는 것이라고 보았다.어떤 나라도 다른 나라가 자기 국민을 부당하게 처우하는 경우 간섭할 수 없다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에도 일찍부터 여러가지 예외가 있었을 뿐 아니라,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전혀 사정이 달라지게 되었다.2차대전을 인권 옹호국의 인권 침해국에 대한 승리로 보는 관점에 따라 인권보장을 국제법상 의무화하는 움직임이 점차 확산되게 된 것이다.
우선 유엔헌장에 따라 모든 가맹국은 기본적 인권을 보장할 의무를 진다.이것은 국제법상의 의무다.미국이 그들의 인권외교정책을 펼 때 항상「유엔헌장에 따른 국제적 의무」와「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인권」을 내거는 것은 이 때문이다.뿐 만이 아니다.오늘날에는 지역적 또는 세계적인 여러 인권조약들이 성립되어 있다.
지난 90년에 우리도 가입한「국제인권규약」은 세계적으로 가장보편적인 인권 조약의 하나다.이 조약에 가입함으로써 거기에 규정된 여러 기본권을 보장할 의무를 지게 됨은 말할 것도 없다.
나아가 이 조약을 비롯해 우리가 체결한 인권조약 들은 우리 憲法의 규정에 따라 국내법으로서도 효력을 갖도록 되어있다.
이제 인권문제는 국내문제인 동시에 국제법상의 문제인 것이다.
말하자면 오늘날에는 인권문제도「국제화」되어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국가보안법은 국제인권법 수준에서 어떻게 평가될 수 있는 법인가.
지난 92년7월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유엔인권위원회 제45차 회의가 열렸다.이 위원회는 국제인권규약에 따라 그 실시를 위해설치된 기구로,모든 가맹국은 발효후 1년 이내에 自國의 인권상황에 관한「최초보고서」를 이 위원회에 제출하도록 되어있다.
이러한 조약 규정에 따라 우리 정부도 최초보고서를 제출한 것인데,이 보고서에 관한 질의와 답변이 그 회의에서 벌어진 것이다. 인권위원회는 우리 정부의 보고서에 대한 의견서에서 특히 국가보안법에 대해 언급하면서「국가보안법의 적용 범위를 축소하는방향으로 진전이 있었다」고 긍정적 측면을 인정하는 한편,「한국의 특수 상황을 過大평가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하고 있다.나아가이 의견서는「인권규약에 규정된 권리를 실현하는데 주된 장애물이라고 인정되는 국가보안법을 제거하기 위한 시도가 심각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인권위원회 위원들이 우리 현실을 얼마나 정확히 알고 있는지에대해서는 물론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그러나 그들이 우리 정부와 우리 현실에 대해 偏向的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단정할 근거도 발견하기 힘들다.그렇다면 이 의견서에 나타난 국가보안법에 대한 평가는 오늘날 국제사회에서의 보편적 기준에 의거한 반응이라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90년의 결정에서 국가보안법의 찬양.고무죄규정에 대해「限定合憲」이라는 결론을 내리면서도 그 違憲소지를 지적한 바 있다.그후 일부 법개정이 뒤따랐다.
***理性的인 논의 필요 이 법개정 이후 실제로 법적용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가.憲裁결정의 취지대로 제한적 해석.적용이 이루어지고 있는가.과거와 같은 남용의 사례는 이제 없어졌는가.지나친 제한 규정은 없는가.
이러한 문제들이 하나하나 이성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그러자면우선 국가보안법 논의에서 데마고기가 사라져야 한다.
〈漢陽大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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