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공동보도문」 왜 집착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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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3단계 회담 무산 대비한 “명분쌓기”/우리측 “알맹이 없는 합의 수용못해”
남북한 특사교한을 위한 실무접촉이 「공동보도문」이란 돌출 장애물에 걸려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공동보도문」은 북한측이 6차 접촉때 『남북 특사교환 조속 실현을 남북이 확인했다는 양측의 합의를 공동 발표하자』고 제의한 것이다.
북한이 공동보도문은 발표를 요구하는 것은 우선 21일 북­미 3단계 고위급회담을 예정대로 개최할 것을 요구하고,아울러 무산될 경우를 겨냥한 명분쌓기로 분석된다.
처음부터 남북한 특사교환에 뜻이 없던 북한은 실무접촉과정에서 4개항의 전제조건으로 실무접촉을 지지부진하게 만드는 지연작전을 구사하면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만을 완료하는 선에서 북­미 3단계 고위급회담 개최 조건을 충족시키려는 의도를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에 대해 우리측과 미국이 「특사교환은 전제조건」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나아가 북­미 회담 자체마저 연기할 조짐을 보이자 북한은 특사교환이 합의사항이 아니라는 점을 주장하면서 「회담전 특사교환은 않더라도 앞으로 꼭 실현한다」는 남북합의를 카드삼아 회담개최를 요구하겠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공동보도문 요구를 남측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 『남측이 특사교환에 뜻이 없다』면서 책임소재를 떠넘길 수 있으며 미국에 대해서도 「특사교환 원칙합의」로 『조건이 충족됐다』는 설명을 할 수 있다는 계산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북한이 이외의 논란거리인 공동보도문 문제를 들고나온 것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 결과가 발표되지 않은 시점에서 특사교환에 대한 합의를 늦추려는 지연전술로 풀이된다.
이에 대한 남측의 입장은 완강하다. 송영대 남측 수석대표는 7차 접촉뒤 『알맹이 없는 원칙적 합의는 일고의 가치가 없으며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송 대표는 『북한이 4개 전제조건을 철회한뒤 특사의 임무에 ▲자주적 평화통일 실현방도의 확정문제 ▲민족자주성의 원칙을 지키는 문제를 추가한 것 등은 또다른 차단봉을 가로질러 놓은 것인데 이 마당에 공동보도문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면서 『북측은 내외의 의심을 살 것』이라고 강도높은 비난을 했다.
회담 관계자는 『남측이 북측의 요구를 수용하면 장애물을 제거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북한이 조건의 충족없이 북미 3단계 고위급회담 개최를 요구하고 나아가 무산됐을 때의 책임을 남한과 미국에 떠넘기려는 의도를 알면서 요구를 들어줄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판문점=안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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