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폭염주의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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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입추(立秋)와 말복(末伏)을 지나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는 처서(處暑)를 넘겼음에도 더위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무더위.불볕더위보다 폭염(暴炎)이란 말이 어울리는 날씨다.

남부 지방은 아직도 35도 이상의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폭염'이란 말이 올해 들어 특히 많이 쓰이는 것은 유난히 덥기도 하지만 기상청이 폭염 특보제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올해 시험 운영을 거쳐 내년 정식으로 시행한다.

폭염 특보는 하루 최고기온과 열지수를 기준으로 발령한다. 열지수란 기온이 26.7도 이상, 습도가 40% 이상일 때 사람들이 열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를 수치화한 것이다. 하루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열지수 32도 이상)인 날이 이틀 이상 지속될 때 폭염주의보를,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열지수 41도 이상)인 날이 이틀 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폭염경보를 발령한다.

한자어인 '폭염'은 무더위.불볕더위를 넘어서는 개념으로 생각되지만 사전적으로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국립국어원은 '폭염' '폭서'를 어려운 한자어라고 해서 '된더위' '불볕더위'로 바꿔 쓰라고 권하고 있다.

그러나 폭우.폭설 등 '폭(暴)'이 들어간 다른 단어에서 보듯 '폭염'은 '된더위' '불볕더위'보다 강한 어감을 주는 게 사실이다. '폭염'을 '된더위' '불볕더위'로 일반화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아직도 폭염이 기승이지만 다행히 이번 주 초 비가 내리면 길었던 더위도 물러가고 더 이상 폭염주의보가 발령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배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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