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10년전 광케이블에 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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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9만회선 소실… 주변은행·관청 업무마비/일주일만에 겨우 2천5백회선 임시 복구
10일 종로5가 지하철 지하구간에서 발생한 것과 비슷한 화재가 10년전 일본에서도 일어나 지하광케이블이 불타고 주변지역의 통신이 마비되는 등 큰 소동을 벌인 적이 있다.
지난 84년 11월16일 동경도 세타가야(세전곡)구 전화국 지하에서 불이나 광케이블 9만회선이 불에 탔다. 이 사고로 세타가야구 일대의 전화회선이 마비돼 한때 전화가 있어도 쓸모없는 지역이 돼 버렸다.
화재는 16시간만에 겨우 진화됐으나 미쓰비시(삼릉)·다이와(대화)은행 등 일부 은행의 온라인시스팀이 작동을 중단한 것을 비롯,주변 행정관청 등의 업무가 온통 마비돼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체신당국은 긴급복구작업에 나서 1주일만에 인근 전화국 회선과 위성을 이용해 겨우 2천5백여회선을 임시 가설,병원·경찰서·은행·구청 등 공공기관의 전화를 우선 복구했다. 이와함께 사고지역에 공중전화박스 3백80개를 설치,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했다.
당시의 사고는 전화국 지하에서 공사를 하고 있던 작업원이 사용중이던 가솔린 버너를 완전히 소화하지 않았던데서 비롯된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밝혀졌다.
화재직전 전화국 지하에서 일본 전신전화회사의 하청을 받은 전기통신설비회사 소속 작업원이 전화케이블의 접속부분을 덮고 있는 연관을 가솔린 버너로 녹여 열고 케이블의 단절부분을 점검하는 작업을 하던 중이었다.
버너에 의해 녹은 아연이 밑을 통과하던 케이블에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모포를 깔아두었으나 두 사람이 상사에게 케이블 수리부분을 보고하기 위해 약 20분간 자리를 비운 사이 모포에 불이 붙었으며 곧 케이블 표피에 옮겨붙는 바람에 삽시간에 번져나갔다는 것이다.
이 사고로 불에 탄 광케이블은 겨우 1백45m에 불과했으나 컴퓨터 등 현대의 첨단설비가 고장났을 경우 우리 생활에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가를 보여준 생생한 예가 됐다.
또 화재가 16시간만에 겨우 진화돼 현대의 소방설비가 지하화재에 얼마나 취약한가를 보여주기도 했다.<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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