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정책 궤도수정 불가피/대법 “과징금 부당” 판결의 뜻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생산량 98%가 국내 유통… 현실론이 대세/무허생수업체 대책마련도 급해
생수의 국내 시판 불허는 부당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은 정부의 생수정책은 물론 수돗물정책의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생수의 국내 시판이 위화감을 조성하고 수돗물 중심의 맑은물 공급정책에 혼선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전량을 수출하거나 주한 외국인에게 파는 조건만으로만 허가해주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올해 1월 낙동강 유역의 수돗물 오염사건 등 식수문제가 가중되면서 「국민의 맑은물 마실 권리」와 관련,국내 시판여부에 대해 조속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여론의 압력을 받아왔다.
특히 허가받은 국내 생수업체(14개)들의 생산량중 97.8%가 국내에서 시판되는 등 허가조건과 판이하게 유통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사부는 이번 대법원 판결과 관련,『현재로선 생수정책에 어떤 변화가 없다』며 이번 소송이 고법으로 환송되었기 때문에 고법의 최종판결을 지켜본뒤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이 생수회사가 집단으로 낸 소송에서 생수의 국내 시판을 막는 것은 법률에 위배된다는 판결을 내린 이상 현실적으로 정부도 더이상 종전 입장을 고수할 수 없어 조만간 시판여부에 대한 공식입장이 공표될 것으로 보인다.
서상목 보사부장관은 8일 오후 대법원 판결과 관련,『이번 판결을 감안해 가급적 빠른 시일내 시판여부에 대한 결정을 내리겠다. 그동안 이 문제를 준비해왔다』고 말해 생수시판을 허용하는 방안을 강구중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정부가 대법원 판결을 수용,생수의 국내 시판을 허용할 경우에도 생수의 수질문제는 또다른 식수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국내에서 시판되는 생수는 각 시·도 산하 보건환경연구원에서 매년 한차례 수질검사를 실시하는 등 사실상 형식적인 관리체계로 운영되고 있고 그나마 이같은 관리도 받지 못하는 무허가업체가 범람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돗물의 경우 매일·매주·매월 정기적으로 수질검사를 실시하는데도 오염파동이 벌어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생수의 수질관리는 사실상 방치된 상태라 할 수 있다.
특히 무허가업체는 행정당국의 생수정책이 어정쩡한 틈을 타 현재 1백여곳이 난립하고 있으나 당국의 단속도 부실해 생수시판 문제와 함께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보사부 관계자는 『생수는 현재 국내 시판이 허용되지 않아 일반 시판 제조식품에 적용되는 제조·가공·사용·조리 및 보존 등의 방법에 대한 규격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시판이 허용될 경우 이같은 품질관리 기준 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대법원 판결은 국내 시판을 이유로 행정처분을 받은 생수업체들이 제기한 행정소송중 첫 승소 판결로 앞으로 같은 내용의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제정갑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