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이어 경찰까지 합동 훈련 중·러'혈맹수준' 밀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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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러시아가 일반적인 동맹이나 우방 수준을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끈끈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주 러시아에서 벌어진 상하이(上海)협력기구(SCO) 군사훈련에 양국이 역대 최대 규모의 병력을 파견해 우의를 과시하더니, 이번에는 양국 경찰까지 공동으로 대테러 훈련을 하기로 했다. 대테러를 앞세워 군사.보안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 분야에선 시베리아 송유관을 중국으로 연결하는 공사가 한창이고, 민간 차원의 교류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거의 혈맹 수준으로 가까워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첫 경찰 합동 훈련=중국 신화통신은 21일 중국의 무장경찰(武警)이 다음달 초순 러시아 보안 병력과 사흘 동안 대테러 공동훈련을 한다고 보도했다. 중국 경찰이 해외로 나가 합동 훈련에 참가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공안 관계자는 이와 관련, "지난주 끝난 SCO 회원국 합동군사훈련의 연장선상에서 양국 경찰만 참가하는 훈련을 실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훈련 장소는 러시아의 첼랴빈스크 부근 산악지역이다.

◆전방위 협력 강화=양국 군사협력은 이미 혈맹 수준으로 가까워져 있다. 항공모함 건조와 스텔스기 개발을 비롯한 중국이 야심차게 벌이는 국방 사업의 상당수는 러시아의 협조를 받아 이뤄지고 있다. 2012년부터는 달 탐사를 위해 양국이 공동 연구를 진행할 계획인 것을 비롯, 우주 개발 분야에서도 협력하고 있다.

경제 분야 협력도 눈부시다. 1993년 77억 달러에 불과하던 양국 무역액은 2005년에는 291억 달러, 지난해에는 334억 달러로 급증했다. 이런 추세면 2010년 무역액은 8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지린(吉林)성 훈춘(琿春)과 헤이룽장(黑龍江)성 국경지대인 헤이샤쯔섬에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공동경제특구는 두 나라 경제협력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케 해준다.

올 3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중국상품 전시회에선 계약액이 43억 달러에 이르렀다.

워싱턴 포스트의 군사전문 기자인 앤 스콧은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적 밀착은 애초 미국과 일본의 군사협력에 대응하려는 목적에서 시작됐다"며 "하지만 지금은 그 수준을 넘어 양국이 모든 부문에서 동맹을 강화해 함께 세계 패권에 도전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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