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목기자의뮤직@뮤직] 음반 낸 뒤 노래 연습하는 현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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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가수들은 보통 노래 연습을 한 뒤 음반을 내고 대중의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이미 두 장의 앨범을 낸 가수가 지금에야 노래를 배우고 있다. 그것도 발성 연습부터. 가수 현영(사진)이다. 그는 케이블채널 M.net의 ‘비밀스런 현영의 꿈’이란 프로그램에서 노래 교습을 받고 있다. 노래 잘한다는 가수 BMK가 ‘선생님’이다. 현영의 노래 교습은 그다지 진지해 보이지 않는다. 학예회에서 노래 한번 잘해 보려고 욕심 내는 여학생 같다. 그런 그가 최근 “피를 토할 만큼 열심히 하는데 아무도 내 진심을 몰라준다”고 말했다.

 교습에 임하는 그의 자세가 진심인지 아닌지는 본인밖에 모르는 일. 하지만 자신의 노래 연습을 리얼 다큐멘터리 형식의 프로그램에 담아 대중에 보여 주는 것은 하나의 이벤트로 비쳐지는 게 사실이다. 그의 장난스러운 태도를 볼 때면 프로그램은 리얼 다큐라기보다 연예인 현영의 셀프 카메라 같다. 가수가 되기 위해 하루 12시간 이상, 정말 피를 토해 가며 노래 연습을 하는 가수 지망생들이 이 프로그램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가수 현영이 지금에야 기초적인 노래 연습을 한다면 그가 지금껏 낸 앨범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런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채널이 음악채널인 M.net이라는 점도 씁쓸하다.

 현영은 얼마 전 방송에서 “노래를 못해서 속상하다”고 털어놨다. 이는 스스로 ‘이벤트형 가수’라고 자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가 정말 가수가 되고 싶고, 음악을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앨범을 내기 전에 피나는 연습을 했어야 했다. 그리고 앨범을 낼 때마다 가창력이 향상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했다.

 하지만 그는 그렇지 못했다. 그의 노래는 자신이 출연하는 모 가전양판점 광고에서 불러대는 CM송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국내에서도 뜰 것 같은 외국곡을 가져다 장난 같은 가사를 붙이는 이벤트성 노래를 불러 왔다.

 10년간 활동해 온 한 록밴드는 얼마 전 “가수 같지 않은 가수들이, 열심히 노력하며 음악을 위해 살아온 가수들을 가리고 있다”는 비판을 한 바 있다. 현영도 이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가수가 되고 싶은 것과 가수가 될 수 있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는 굳이 가수를 하지 않더라도 MC나 연기자로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 가수라는 게 현영에게는 ‘만능 연예인’이란 수식어를 뒷받침할 하나의 장식일지 몰라도, 많은 가수들에게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창작의 고통을 감내하는 인생 그 자체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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