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바벨스베르크 스튜디오유럽영화메카꿈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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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독일영화는 이제 유럽에서도 2류급이라 치부해도 좋을 정도로 그 침체가 극심하다.20~30년대엔 미국에 버금가는 영화강국이었고 2차대전 이후에도 이른바「뉴 저먼 시네마」의 등장으로 체면치레를 했었던 독일이지만 지금은 예전의 그 영광 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려운 형편이다.
독일의 연간 영화제작 편수는 80~1백여편.결코 적은 편수는아니지만 극장에서 개봉되는 영화는 5~10%에 지나지 않는다.
할리우드영화들에 비해 흥행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극장들이 독일영화 상영을 꺼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일영화인들은 독일영화 부흥의 꿈을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다.유럽통합의 추세에 힘입어 독일이 유럽영화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는 독일인들의 여망을 받쳐주는 곳이 바로 베를린의 바벨스베르크 스튜디오다.
정확히는 베를린시내에서 차로 30분거리의 포츠담시에 자리잡고있는 이 스튜디오는 할리우드의 메이저 스튜디오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규모.시설을 자랑한다.3만평방m의 부지에 모두 18개의 촬영 스튜디오을 갖추고 있으며 더빙 스튜디오만 33개 보유하고 있다.
규모의 거창함뿐만 아니라 설비및 기재의 하이테크화도 내세울만하다.영화제작의 거의 전공정이 컴퓨터로 처리가능하게 되어 있을뿐아니라 특수촬영도 미국 못지않은 수준을 자랑한다.
특히 사운드 믹싱설비는 미국 기술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올리버 스톤이 최근작『하늘과 땅』의 믹싱작업을 이곳에서 했다는 점으로도 이곳의 설비가 얼마나 앞서 있는가를 짐작할수 있다.
바벨스베르크 스튜디오는 독일영화의 역사가 그대로 아로새겨져 있는 유서깊은 곳이기도 하다.1917년에 창설된 우파(UFA)스튜디오가 바로 이곳에 자리잡고 있었다.우파 스튜디오에서는 20년대 독일 표현주의 영화를 대표하는 『로베르트 비네』『프리츠랑』『무르나우』등의 수많은 걸작들이 만들어졌다.
2차대전 이후에는 동독의 국립영화제작소(DEFA)가 됐다가 통일 이후 바벨스베르크로 개칭됨과 동시에 독일정부의 지원으로 대폭적으로 재정비됐다.
현재 바벨스베르크의 책임자는 우리나라에서도『양철북』의 감독으로 유명한 폴커 슐렌도르프.그는 지난 92년『내 영화를 못만들더라도 반드시 바벨스베르크를 유럽영화의 중심지로 만들어 놓겠다』면서 소장직을 맡았다.그는『시설로 보나 인력으로 보나 바벨스베르크가 유럽영화의 중심지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장담한다.
그의 최대 고민은 스튜디오의 시설 활용도가 아직도 그리 높지못하다는 것이다.현재의 활용도는 대략 40~50%선으로 그나마촬영되는 영화의 대부분이 낮은 예산의 독일영화여서 첨단기재는 별로 사용되지도 못하는 형편이다.따라서 재정적 으로도 적자를 면하기가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할리우드 영화나 유럽의「다국적 영화」를 유치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벌이고 있다.
[베를린=林載喆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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