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 「쉰 세대」 북적/외국어·경제학등 도강도 예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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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직장 못구한 졸업생들 「등교」/도서관 좌석 25% 정도 차지
대학캠퍼스가 「쉰 세대」로 몸살을 앓고 있다.
「쉰 세대」란 직장을 못구해 모교 도서관이나 구내식당 등을 이용하며 취업재수를 하는 졸업생들을 일컫는 말.
재학생들은 이들을 「화이트 헤드(백수)족」 「백수(남자)·백조(여자)」 등으로 부른다.
쉰 세대는 종전에는 고시나 언론사 취업 준비생 등 극소수에 불과했으나 최근 취업난 심화로 그 폭이 크게 확대되는 추세.
이에따라 대부분의 대학도서관은 열람석의 4분의 1쯤을 졸업생이 차지하는 등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었으나 학교측은 이들의 도서관 출입을 매정하게(?) 막지 못하고 있는 실정.
서울대의 경우 도서관 출입때 학생증검사를 아예 하지 않고 있으며 연세대·고려대,경희대 등 많은 대학들은 졸업생증명서 등을 발급,도서관 출입을 허용하고 타학교 출신자의 출입만을 통제하고 있다.
특히 취업에 필요한 각종 어학교재를 갖춘 시청각실은 「쉰 세대들」로 가득차기 일쑤며 경제학원론·신문학·방송학 등 강의사간은 졸업생들의 도강이 이미 보편화됐다.
서울대 어학연구소가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영어회화 강좌의 경우 이미 5월까지의 정원이 찼고 1백여명의 수강대기자가 등록을 한 상태며 이중 20∼30%는 졸업생들이라는 것.
재학생들은 한편으로는 졸업한 선배들의 처지를 이해하면서도 가뜩이나 부족한 학교시설을 빼앗기는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서울대 철학과 4학년 김승록군(22)은 『졸업생들이 거의 온종일 도서관 자리를 차지하는 바람에 리포트 쓸 장소조차 없어 빈 강의실을 전전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쉰 세대」에 속하는 이모씨(26·93년 연대졸)는 『후배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마땅히 공부할 장소가 없어 모교 도서관을 이용한다』며 『가능하면 피해를 안주도록 구석자리만 골라 앉는다』고 말했다.<이훈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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