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접촉」 해석/남북한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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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특사교환」 합의문싸고 주장 엇갈려/북측 동시발표 약속깨고 일방공개/외무부 “3단계 회담 전제조건 확고하다”
최근 뉴욕에서 열린 북한·미국 실무접촉의 결과를 놓고 남북한이 사뭇 다른 발표를 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남한은 남북한 특사교환이 3단계 북한­미 고위급회담이 이전에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북한에 요구,이를 관철시켰다고 주장한 반면 북한은 『미국이 부당한 전제조건을 철회했기 때문에 합의문 채택에 성공하게 됐다』고 말해 특사교환이 3단계 회담의 전제조건에서 제외됐다는 사실을 시사했다. 이처럼 혼선이 빚어지자 외무부는 27일 『북한 대표 허종이 북한­미간의 약속을 무시하고 합의내용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면서 일부 사실의 왜곡과 자의적인 해석을 하고 있다』면서 이례적으로 북한과 미국이 1일 발표할 합의내용을 공개한다.
외무부는 특히 『북한측도 특사교환 없이는 3단계 접촉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면서 『특사교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올해 팀스피리트훈련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의 허 대표는 이에 앞서 26일 북미접촉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회담을 당초 예상보다 오래 끌게 된 것은 미국이 부당한 전제조건을 내세웠기 때문』이라면서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겠지만 그러한 전제조건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과 미국이 3월1일을 기해 북남 특사교환을 위한 실무접촉을 판문점에서 재개한다는 등 네가지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남북한이 서로 다른 내용들을 발표하고 있는 것은 서로 합의내용을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려하는 것일뿐 근본적이고 결정적인 견해차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북한과 미국이 1일 공동합의문을 발표키로 하고 또 각자 개별성명문을 발표키로 한 것은 합의문을 서로 유리하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둔 것으로 보인다.
이는 4개 합의문이 동시에 시행할 조치로 규정함에 따라 가능한 것이다. 만약 어떤 차이가 있었다면 북한과 미국이 합의에 이르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다.
미국과 북한의 합의문에 대한 해석은 내달 1일 북한과 미국이 서명없는 공동합의문과 각각 독자적인 개벌성명문에서 정리되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최근 북한과 세차례 걸친 뉴욕에서의 토의를 토대로 『북한 핵사찰이 만족스럽게 끝나고 남북한 특사교환이 이루어져야 북한­미 3단계 회담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 합의문에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서로 양해된 남북 특사교환의 성사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굳이 남북 특사교환을 문서화하지 않은 것은 만약 특사교환이 성사되지 않으면 미국은 실제로 3단계 회담을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게 우리 정부의 설명이다.
북한에 명분을 주면서 실제로는 특사교환이 성사되는 선에서 미국이 북한과 절충했다는 얘기다.
이에 비해 북한은 북한­미 고위회담을 강조하며 남북한 특사조항은 아예 삭제해버릴 가능성이 크다.
결론적으로 북한이 공개적으로는 남북한 특사교환에 끝까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지만 3단계 회담을 위한 모양갖추기 차원에서라도 3월21일 이전에 특사교환에 응할 뜻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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