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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조백일장> 심사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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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시조에서 운율은 생명이다.따라서 운율이 살아있지 않으면 이미시조가 아니다.대다수의 응모작들이 이 점을 깊이 헤아리지 못하는 愚를 범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장원에 뽑힌 서숙진씨의『봄 강물』은 운율을 담아내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하였다.다만 시어 선택이 좀 어색한 곳이 있어 고쳐보았다.계절에 잘 맞아떨어진 가작이었다.
차상에 오른 천세진씨의『눈꽃』도 장원에 못지않는 가작이었으나想을 다듬는 솜씨에서 아직은 여물지 못한 느낌이었다.아울러 차하에 뽑힌 남승열씨의『民春蘭』도「조선여인」같은 시어가 눈에 거슬렸다.조금 때묻은 듯한 언어는 되도록 피하는 것이 좋다.
그것은 작품을 가늠할 결정적인 기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입선작들로 서희자씨의『불일폭포』는 아주 산뜻했다.특히 종장「심연을 내리꽂는 槍」과 같은 표현은 빼어났다.그런데도 불구하고 한편의 시조로서는 어딘지 모르게 아쉬움이 남는 것은 무엇일까를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엄동현씨의『겨울 나무』는 역시 시어 선택에 문제가 있었다.중장의「송년호」와 같은 말이 제자리에 어울리게 잘 놓였는지 다시 한번 짚어보기 바란다.
이에 비해 양길섭씨의『보길도』와 박주익씨의『다산초당 가는 길』의 무슨 얘기가 될 뻔한 기대에 아쉬움을 남겼다.두 작품 모두 한 장 한 장을 나름대로 엮으면서도 전체적인 아우름에서 미숙하였다.이두화씨의『우리집』은 계절감각에 세심한 노력이 있어야하겠다.봄과 가을이 분별없이 쓰인 것같아서 하나로 통일시켰다.
전체적으로 시조를 다루는데 주제의 빈곤을 새삼 느꼈음을 지적해둔다. 〈심사위원:박시교.지성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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