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刑訴法 개정시안 무엇이 문제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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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제정된지 40년이 된 형사소송법(刑訴法)개정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또 지난해 형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됨에 따라 형법의절차법인 刑訴法도 시대상황에 맞게 정비돼야 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졌다.
이에따라 법무부는 지난해 7월 刑訴法 개정시안을 마련해 여론수렴에 들어갔는가 하면 지난해 11월에는 형사정책연구원 주최로「刑訴法 개정 방향」에 관한 세미나가 열리기도 했다.
1954년 제정된 현행 刑訴法에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데는 법조계내에 이견이 전혀 없다.
우선 日帝시대 권위주의 영향으로 피의자 인권을 경시한다는 것이다. 즉 수사과정부터▲영장발부에서 법관의 실질심사 부족▲보석제도와 구속적부심제도의 이용 제한▲변호인 접견권및 국선변호권의제한▲위법절차에 의한 자백강요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밖에 불필요한 공소제기의 남발과 재판의 신속성이 떨어진다는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새 刑訴法은 이같은 약점을 보완,피의자.피고인의 인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동시에 진실 규명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개정돼야 한다는데는 이론이 없다.
그러나 벌써부터 법무부의 刑訴法 개정 시안은 피고인의 인권과방어권보장에 진일보했으나 수사편의에 치중됐다는 비판이 나오는등법원.검찰.재야법조계가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내는 부분이 많아 확정까지는 많은 진통을 겪어야 할 것이 틀림없다.
법무부 시안을 중심으로 刑訴法 개정을 둘러싼 법조계내의 쟁점을 정리해 본다.
◇구속영장 실질심사제 도입=구속영장 실질심사제는 법관이 구속영장을 발부하기 전에 피의자를 직접 불러 심문할 수 있는 제도다. 현행법에서는 법관이 검사가 제출한 기록만 보고 구속여부를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수사기관의 인신구속 남용을 견제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또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경찰등 수사기관이 제출한 진술 내용을 피고인이 법정에서 인정하지 않을 경우 증거능력을 대부분 상실하므로 영장 실질심사제 도입의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었다. 법무부 개정 시안에는 실질심사 대상을 긴급구속 피의자로 제한하고 있어 이 제도가 검찰권 남용을 막는데 별 실효가 없다는 반박이 재야법조계에서 제기됐다.
형사정책연구원 李在祥부원장(慶熙大교수.변호사)은『영장실질심사제가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모든 구속자에게 적용돼야 한다』고지적하고 있다.
대법원의 사법부 개혁안에도 이 제도의 도입이 포함돼 있으나 모든 피의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검찰이 피의자 호송의 어려움등을 표면적인 이유로 반대 의견을 밝혔었다.
법원도 이 제도의 취지에는 적극 동의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모든피의자를 불러 신문할 경우 업무량이 폭주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인권유린 가능성이 보이는 사건만 선별적으로 심사할 경우『누구는 봐주고 누구는 외면하느냐』는 형평성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영장 실질심사제를 도입하고 있는 獨逸은 구치소에 영장발부 전담판사를 상주시키고 있다.
경찰은『법원과 경찰서간의 거리가 멀어 호송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수사인력도 모자라는 상황에서 이 제도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긴급구속제 활성화=긴급구속은 현행범을 제외한 피의자를 영장에 의하지 않고 체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법무부의 개정시안은 수사기관의 불법연행과 보호실 유치 같은 잘못된 관행을 없앨 수 있다는 장점을 들어 긴급구속 요건을 완화하는등 활성화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시안은 긴급구속 영장 발부 과정의 현행규정중「지방법원 판사의 구속영장을 받을 수 없을 때」라는 단서조항을 삭제,검사가 임의로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재야법조계의 비난을 받고있다.
긴급구속의 요건완화를 반대하는 측은『긴급구속제도는 판사의 영장을 받을 수 없는「긴급성」을 빼면 존재할 이유가 없으며 이 단서조항을 삭제할 경우 수사기관의 강제연행에 명분만 줄 뿐』이라고 지적한다.
이에반해 긴급구속영장은 검사에게 인신구속의 책임을 부여할 뿐아니라 긴급구속된 날부터 구금일수가 산정되기 때문에 피의자에게오히려 유리하다는 주장도 있다.
◇구속기간 연장=법무부 개정 시안은 현행 10일인 검찰 구속기간을 징역 5년이상의 중죄인일 경우 20일로 연장할수 있도록했다. 獨逸과 프랑스에서는 사건이 복잡해 심리를 계속해야 할 때 6개월~1년간 구속수사할 수 있다는게 구속기간 연장 주장의근거다. 그러나 재야법조계는 우리나라는 이들 나라와는 달리 불구속 수사관행이 정착돼 있지 않을 뿐더러 경찰에서 거의 수사를끝내고 검찰로 넘어가기 때문에 구속기간 연장이 불필요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개정시안은 이와함께 拘引한 피고인을 법원으로 넘겼을 경우 구금할 필요가 없다고 인정될 때에는 법원이 인수한 때로부터 24시간이내에 석방해야 한다는 규정을 48시간으로 늘렸다.
우리 刑訴法에서 현행범이나 긴급구속이 아닌 피의자의 신병을 적법하게 확보하는 유일한 방법이 拘引이지만 기한이 단 하루밖에안돼 충분한 수사를 하기 힘들기 때문에 구인영장 청구를 기피한다는게 법무부의 개정이유다.
◇구속사건 재판기간 연장=개정안은 법정형이 10년이상 징역에해당하는 경우 심급마다 구속기간을 3차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징역 5년이하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도 구속기간을 2차까지 연장할 수 있게 했다.
현행법은 피고인이 구속된 날로부터 1심은 6개월,2.3심도 4개월안에 재판을 마치도록 되어 있다.
개정안이 이처럼 구속기간을 연장한 이유는 재판부가 구속기일에쫓겨 심리를 제대로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라는 것.
내용이 복잡한 사건의 경우 현행 구속기간으로는 재판과정에 의혹이 제기돼도 서둘러 심리를 마쳐야 하므로 피고인이 불리해지는사례가 많았다는 견해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불구속재판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데다 구속자체가「유죄」로 인식되고 있는 현실에서 구속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않다는 법조계의 시각도 있다.
鄭東旭 법무부 법무심의관은 이에대해『형사재판의 신속성을 보완하기 위해 하나의 사건을 집중적으로 심리해 판결을 내린뒤 다음사건의 심리에 들어가는「집중심리제」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타 개정안 내용=개정 시안에서는 이밖에 인권보장을 위해 검사의 구속장소에 대한 감찰을 현재의 경찰서 유치장에서 모든 수사기관으로 확대하고 불법 체포.구속된 사람에게는 검사의석방명령권을 부여토록 신설했다.
또 피고인의 방어권 향상을 위해 변호인 없는 피고인에게 재판의 중요한 근거자료가 되는 공판조서 열람권외에 등사권을 추가로인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공판조서를 보기위해 일부러 변호인을 선임,보석이나구속적부심 신청을 하는등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 지금까지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구속시에는 변호인 또는 가족에게 사건명.구속이유.범죄사실 요지등을 반드시 통지케 함으로써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다 철저히 보장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이와함께 개정 시안은 신속한 재판진행을 위해 구속 피고인이 법정출두를 거부할 경우 궐석재판을 허용하고 있으며 여러명의 변호인이 선임됐을 경우 재판장및 검사의 직권에 의해 3인이내의 대표변호인을 지정할수 있도록 하고 있다.
〈鄭鐵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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