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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원 보수 합당한가(사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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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방의원들에게도 월정보수를 주기로 했다는 여야 협상결과는 착잡한 느낌을 갖게 한다. 기초 및 광역자치단체 의원들 역시 공무로 활동하는 사람들이고,이로인해 생업에도 적지 않은 지장을 받고 있을 것도 분명하다. 또 이들을 보다 공직에 전념케하고 앞으로 전개될 본격적 지방자치시대가 요구하는 활발한 지방의정활동을 할 수 있게 하자면 월급을 주는 것이 사리에 맞는 측면이 있다. 광역의원에게 유급보좌관 1명씩을 붙여주기로 한 것도 마찬가지다. 서울·부산 등 대도시와 도규모의 의정활동에서 자료수집·실태파악 등을 하자면 의원 혼자의 힘으로 벅찰 것은 뻔하다.
그러나 이런 현실적 필요성을 이해하면서도 광역의원 보좌관 문제와는 달리 월정보수문제는 선뜻 찬성하기만은 어려운 찜찜한 구석이 없지 않다. 우선 무엇보다 현재의 지방의원들은 모두 무보수명예직이라는 점을 알고 그점을 기꺼이 감수하면서 출마,당선된 사람들인데 이들이 당선후 얼마 안가 곧 보수를 요구했으니 그럴 수 있느냐는 거부감이 앞서는 것이다. 무보수라도 좋으니 지방의회에 진출하고 싶다는 지망자는 아직도 많다.
또 지방의원들의 그동안 행태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썩 곱지만은 않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상당수 지방의원들이 예산으로 집단 외유를 하고 각종 이권에 개입하는가 하면 형사문제와 관련된 사람도 적지 않았다. 물론 우리도 이런 폐단은 부분적·과도기적인 현상이고,지방의회의 긍정적 기여가 훨씬 크고 앞으로 더 커지리란 기대를 갖고 있다. 하지만 부분적인 폐단이 자아낸 선입견과 지방의원의 긍정적 기능을 미처 실감 못하는 상당수 국민의 정서를 생각할 때 보수문제가 좋게 받아들여질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지방의 재정문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기초의원 4천3백4명,광역의원은 8백66명을 합치면 5천명이 넘는데 이들에게 월평균 1백만원을 준다고 해도 국민의 추가부담은 연간 6백억원이 넘는다. 여기에 광역의원 보좌관 신설에 따른 예산까지 생각하면 연간 1천억원은 쉽게 들어간다.
이런 몇가지 점을 생각할 때 우리는 지방의원에 대한 보수문제는 좀더 시간을 두고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보수를 주기로 합의하고서도 여야 6인 대표들이 이를 발표하지 못하고 쉬쉬하고 있는 것도 이 문제가 논란을 부를게 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야가 이런 합의를 감춰두고 있다가 어느날 갑자기 기정사실화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당분간 현재의 무보수제를 끌고 가면서 여론의 충분한 검토를 받는게 옳다고 본다. 지방의원이 각 정당 지방조직의 중요 거점이기 때문에 이들의 집단압력에 여야가 손쉽게 요구를 들어주기로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 문제는 결코 졸속으로 처리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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