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사북사태는 노·노 갈등 민주화 운동은 아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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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사북사태는 노·노 갈등으로 빚어진 광원 소요사태일 뿐이지 민주화 운동은 아니였습니다.”

1980년 4월 강원도 정선 동원탄좌 사북광업소 소요사태 당시 현장을 취재했던 중앙일보 기자 출신 언론인인 탁경명(65·사진)씨가 사태의 전모를 밝히는 책을 냈다. 『80년 4월의 사북』이란 제목의 책에서 그는 “사태 주동자가 2005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고, 사회 일각에서 사북사태를 민주화운동이나 노동항쟁이라고 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탁씨는 “이같이 사태의 진실이 왜곡되고 있어 책을 썼다”며 “30년 기자 생활 중 가장 힘들게, 혼신의 힘을 다해 글을 썼다”고 말했다.

탁씨가 책 쓰기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10월. 6개월 동안 당시 가장 큰 피해자인 노동조합장 이재기씨의 부인 김순이씨, 경찰 , 노동조합, 동원탄좌 관계자와 주민 등 수십 명을 만나 증언을 들었다. 관련자 대부분이 아픈 과거를 얘기하기를 꺼려해 유내형(당시 강원도경국장)씨 같은 경우는 3개월을 설득해 만날 수 있었단다.

탁씨는 이들의 증언을 사태 주동자의 판결문과 공소장, 항소이유서와 일일이 대조해 사태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냈단다.

사태 진압을 위해 공수부대가 사북 인근까지 진출했으나 경찰이 거세게 반대해 유혈사태로 번질 가능성을 막았고, 당시 광산노조위원장이었던 최정섭씨가 장기집권을 위해 동원탄좌를 떠났던 이재기씨를 다시 등장시켜 이 사태의 단초가 마련됐다는 사실이 새로 밝혀졌다. 또 파업 광원들에게 붙잡혀 린치를 당한 김순이씨는 농성 노조원들이 풀어준 것이 아니라 사북 부읍장이 현장에 잠입해 구출했다는 얘기도 담고 있다.

탁씨는 “전직 언론인으로서 진실이 왜곡되는 것을 지켜볼 수 없어 책을 쓰게 됐다” 며 “앞으로 사태 주동자가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게된 과정을 취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탁씨는 사북사태가 수습된 뒤 주동자들이 계엄사 합동수사반에 연행되는 현장을 촬영하다 계엄군에 붙잡혀 고문을 당해 현재까지 그 후유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당시 중앙일보는 이 사건을 기사화했으나 계엄사 보도검열 과정에서 삭제돼 이 부분을 공백으로 남겨둔 채 신문을 발행했었다.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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