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급등 사상 최대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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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재할인율 전격 인하로 세계 증시가 크게 반등했다. 20일 한국 코스피 지수는 사상 최대 폭인 93.2포인트(5.69%) 올라 1731.27로 마감했다.

지난주 말 이틀 새 179.1포인트나 빠졌던 코스피 지수는 하루 만에 절반 이상 만회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이날도 3796억원의 순매도를 이어갔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5554억원이나 순매수해 지수 급등을 이끌었다. 코스닥 지수도 48.11포인트(7.14%) 상승한 721.59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오전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는 지수 급등으로 사이드카(side-car)가 각각 발동됐다.

아시아 주요 증시도 일제히 올랐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지난 주말보다 458.00포인트(3%) 오른 1만5732.48로 마감했다.

대만 가권지수도 425.31포인트(5.26%) 상승했고 중국.홍콩.싱가포르.호주 등도 2~5% 올랐다.

치솟던 환율은 진정세로 돌아섰다. 달러화 선호 현상이 누그러져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7.4원 떨어진 달러당 943원으로 끝났다.

엔캐리 트레이드(낮은 금리의 엔화를 빌려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자금) 청산이 주춤해지면서 원-엔 환율도 지난 주말 100엔당 840원대에서 820원대로 하락했다.

미 FRB의 벤 버냉키 의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세계 시장의 신용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17일 재할인율을 5.75%로 0.5%포인트 전격 인하했다. 중앙은행의 시중은행에 대한 이자율인 재할인율을 낮추면 대출이 증가해 그만큼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린다.

하버드인베스트먼트의 모하메드 엘에리안 CEO는 "FRB의 재할인율 인하에 따라 서브프라임 사태가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는 안도감이 전 세계 금융시장에 훈풍을 불렀다"고 분석했다.

동부자산운용의 이좌근 운용본부장은 "이번 반등이 대세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며 "미국의 재할인율 인하는 일시적인 진정제 역할을 할 뿐 만병통치약이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앞으로 엔캐리 트레이드가 얼마나 청산될지, 서브프라임 후유증이 실물경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최준호.손해용 기자

◆사이드카(side-car)=거래소 선물시장에서 5%, 코스닥 선물시장에서 6% 이상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상황이 1분 이상 지속되면 자동으로 프로그램 매매를 5분간 중단시키는 제도.

◆서브프라임 모기지=미국에서 신용도가 낮은 사람에게 주택을 담보로 높은 금리의 자금을 빌려주는 대출. 최근 부동산 경기가 냉각되면서 부실화돼 세계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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