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趙舜衡, 대구 출마 신선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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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민주당 조순형 대표가 대구 출마를 선언한 것은 의미있는 결단이다. 우리 정치의 고질병인 정치인들의 기득권 집착과, 지역감정 조장 풍토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당과 후보들은 선거 때만 되면 지역기반을 거점으로 지역감정을 자극해 몰표를 챙겨왔다. 이는 싹쓸이를 통한 지역대립 구도를 낳게 했고 마침내 망국병 수준으로 악화됐다. 의원들은 지역감정의 틀 속에서 안주하면서 정치자금 등 여러 측면에서의 기득권을 즐길 수 있었다.

지역대결 구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후보의 자질과 공약이 뒷전으로 밀린다는 데 있다. 어떤 지역은 말뚝만 박아도 당선된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 결과 의원들은 의정활동보다는 줄서기와 몸싸움으로 보스에게 충성하는 데 열을 올린다. 후보 자리를 사고 파는 공천 장사가 성행한 것도 따지고 보면 지역감정 때문이다. 오죽하면 "기반이 없는 곳엔 이순신 장군을 공천해도 안 될 것"이란 자조 섞인 말까지 나돌았겠는가.

이런 정치 현실을 잘 아는 趙대표가 자신을 다섯번이나 뽑아준 서울의 지역구를 떠나 민주당의 불모지인 대구로 가겠다고 밝혔다. 정치생명을 거는 문제인 만큼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그가 원했으면 전국 지원유세 등을 명분으로 걸고 비례대표로 간다고 해서 누가 말리겠는가.

그래서 趙대표의 결단은 돋보인다. 자기희생을 각오한 이 같은 도전 없이는 정치가 바뀌지 않는다. 사실 대선자금 파문에 가려져서 그렇지 지역감정 문제는 돈선거 못지 않은 우리 정치개혁의 요체다. 또 중요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총선에서도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일반의 우려였는데 한 줄기 물꼬가 열린 것이다.

이제 "어느 지역은 어느 당 공천이면 당선이다"는 도식은 깨져야 한다. 그래야 역량있고 패기있는 신인들이 소임을 다했거나 낡고 부패한 기성 정치인들을 밀어낼 수 있다. 그게 물갈이고 선거혁명이다. 趙대표의 대구 출마 선언이 다른 당의 대표들에게도, 또 정치 신인들에게도 자극제가 되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