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정부 1년 공과와 과제(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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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정부의 지난 1년은 거시적으로 볼 때 역사적 평가를 받을만하다. 김정부 출범으로 우리 사회가 30년이나 겪어오던 체제갈등이 거의 해소되고,지역갈등·여야갈등도 크게 완화되었다.
이른바 재야 또는 운동권의 체제도전은 이젠 거의 볼 수 없고,첨예하던 지역대립이나 무한투쟁으로 달리던 극단적인 여야 대립도 완화되거나 사라져가는 추세다.
뿐만 아니라 김정부가 단행한 일련의 개혁작업은 30년동안 사회 구석구석에 굳어져온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단초를 열었다. 비록 시행착오와 방법상의 논란은 있었지만 과거비리 척결과 재산공개·실명제 등의 실시는 우리 사회의 부패구조를 깨고 깨끗한 정치,깨끗한 공직사회로 가는 전환점이 되었다. 하나회 숙정,군부패 척결 등 군개혁작업은 오랜 세월 굳어온 군의 정치개입과 특혜에 마침내 종지부를 찍고 군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출발점이 됐다.
이밖에도 각종 권위주의 요소를 청산하고 권부의 문화나 이미지를 개선해 보려는 노력이 가시화된게 사실이고,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았다.
이처럼 김 정부의 지난 1년은 그 자신 축복받은 문민정부로서,또는 그동안 취해온 과감한 개혁작업으로 인해 긍정적 평가를 받아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김 정부의 지난 1년에 문제점이 없었다고 보긴 어렵다. 일련의 개혁작업이 모두 좋은 동기와 절실한 필요성에서 시작된 것은 이해되지만 그 추진방법이나 내용까지 다 바람직했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개혁의 일방적 강행으로 국회와 정치권이 무력증에 빠지고 1년이 된 지금까지 정치실종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 그렇고,공직사회가 위의 눈치만 보고 움직이지 않는 「복지부동」 현상도 그런 사례다.
개혁작업이 일정한 계획이나 제도적 기준위에서 추진되지 않고 돌발적으로 나오는 바람에 한때 사회에 예측성을 떨어뜨리고 각 분야의 위축을 가져왔던 것도 사실이었다.
개혁에는 물론 고통이 따르고 일정기간 대가를 지불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지난 1년의 문제점이 뭔지를 김 정부가 성찰하고 그것을 남은 4년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값진 교훈으로 삼기를 기대한다. 어떤 유능한 정부라도 초기엔 시행착오나 실수가 있게 마련이고,거기에 크게 신경쓸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1년이 지난 만큼 시행착오기는 지나갔다고 생각해야 한다. 앞으로는 정책의 선의나 좋은 동기만으로는 안되고,정책의 실제성과가 나와야 한다.
또 지난 1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동안 손대지 못했던 교육·환경·교통 등의 실질개혁에도 빨리 착수해야 한다. 개혁의 추진에는 현실을 감안해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현실과 쉽사리 타협해서도 안될 것이다. 벽이나 장애물이 있더라도 필요한 원칙은 관철해내는 노력이 있어야 하고,그 과정에서 다소의 비인기는 감수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국가경쟁력 강화를 국정목표로 내건 김 정부의 집권 2차 연도에 커다란 기대를 걸고 주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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