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 쓰나미 / 영·미계가 주도…시총 상위종목 던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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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증시 향방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올해 10조원 넘게 팔았다. 이미 지난해 순매도 규모를 넘어섰다. 단기적으로 이들이 언제쯤 ‘팔자’를 그칠 것인가에 따라 증시가 다시 2000선을 향해 전진하느냐, 그냥 주저 앉느냐가 갈릴 전망이다.

 ◆얼마나 팔았나…이미 10조원 넘어=19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거래소 시장에서만 올 들어 17일까지 10조9015억원어치를 팔았다. 이 같은 순매도 규모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지난해(10조 7534억원)를 이미 뛰어넘는 수치다.

 외국인은 2004년까지만 해도 ‘싸다’는 이유로 한국 주식을 마구 사들였다. 2000년 11조3871억원어치를 매수하며 본격적인 한국 기업 사냥에 나섰던 외국인은 2003년(13조7688억원)과 2004년(10조4838억원)에 걸쳐 24조원 넘게 사들였다. 한때 시가총액 기준으로 외국인 비율이 40%에 육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외국인들은 2005년부터 마음을 돌렸다. 올해까지 3년 연속 ‘팔자’다. 골드먼삭스는 “2003~2004년 한국 기업을 저가 매수했던 외국인들이 본격적인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누가 많이 팔았나…영·미계가 대부분=올해 순매도에 나선 외국인은 주로 영·미계 자금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거래소 시장에서 외국인이 팔아치운 주식은 모두 4조7331억원어치인데, 이 중 미국 국적의 자금이 2조4913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스위스(9296억원)·영국(9050억원)·싱가포르(7176억원) 등 순이었다. 이 밖에 케이만아일랜드·프랑스·네덜란드 등의 자금도 순매도 금액이 각각 2000억원을 웃돌았다.

 올 들어 영국계 자금은 3조4924억원을 순매도했다. 미국계 자금도 2조6465억원을 팔았다. 다만 이탈을 본격화한 시기는 약간 차이 난다. 영국계 자금은 연초 이후 매도 강도가 점차 약화된 반면, 상반기 중 1552억원 순매도에 그쳤던 미국계 자금은 7월부터 본격 매도에 나서 최근까지 매물을 쏟아내고 있다.

 ◆뭘 팔았나…시총 상위 종목 집중 매도=외국인들은 주로 시총 상위 종목을 던지면서 지수 하락을 부추겼다. 증권선물거래소가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시작된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17일까지 14거래일 동안 거래소 시장의 순매도 상위 20개 종목을 조사한 결과, 시총 상위 종목이 대부분 이름을 올렸다. POSCO(9286억원)·SK(5366억원) 등의 순매도 규모가 가장 컸으며, 국민은행과 신한지주 등 대형 은행주도 순매도로 일관했다. 삼성전자·LG전자·LG필립스LCD 3개 종목의 순매도액이 1조원을 넘는 등 전지전자업종에 대한 매도세가 두드러졌다.

 반면 부산은행·기업은행·대구은행·전북은행 등 중소형 은행주들은 사들였다. 또 그간 주가가 안 오른 KTF와 삼성카드는 순매수 1, 2위를 기록했으나 규모는 1000억원에도 못 미쳤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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