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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음」지하철의 질주(사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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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8일 오전 서울지하철 2호선에서 일어난 전동차 질주사건은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다행히 열차뒤에 탄 차장과 종합사령실이 뒤늦게나마 긴급 연락을 해 추돌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지하철공사측은 미처 긴급연락을 못했더라도 전동차와 전동차간의 거리가 4백m 이내가 되면 전동차가 자동으로 정지되는 장치(ATS)가 있어 추돌사고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ATS가 제대로 작동치 않아 사고를 예방하지 못했던 사건이 없지 않았고 보면 과연 그랬을까 하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지하철공사의 확인에 따르면 사고의 원인은 우연히도 기관사와 차장이 동시에 졸았던데 있다. 따져보니 존 시간은 5분정도여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안드는 건 아니다. 근무가 오전 5시반부터 시작됐고 또 집안 일로 잠을 설쳤다는 진술을 듣고 보니 더욱 그랬을 것 같다.
이같은 사정은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이해가 되고 있을 법한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바로 그런 있을법한 일이었다는게 바로 함정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같은 실수가 되풀이되지 않을 체제의 확립이 긴요해진다.
출퇴근시간대에는 2∼3분 간격으로 전동차가 운행되고 있다. 이런 사정속에서는 5분은 커녕 단 1분의 깜박졸음도 큰 사고로 직결될 수 있다. 깜박졸음이란 생리현상 자체는 누구에게나 있을 있는 이해할 수도 있는 것이지만 전동차운전은 직업적 특성상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그 생리적 현상조차 용납할 수 없게 되어 있다. 따라서 근무자의 자세·관리·안전시스팀도 그에 맞게 짜여져 있어야 마땅하다.
이번 사고는 그것에 허점이 있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하겠다. 이른 새벽이나 점심시간 직후에 운전을 맡는 사람에겐 졸음이 찾아들 가능성이 크다. 전날의 과음·불면·신체적 이상 등이 있게 되면 당연히 그럴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다. 그럴 경우를 위해 있는 것이 예비기관사다. 그럼에도 잠을 설친 기관사가 그대로 운전을 맡았고 관리자도 그같은 사정을 알지도 못한 것을 보면 관리체제에 허점이 있는게 틀림없다. 근무에 들어갈 때 신체의 이상여부를 대번 신고케 하는 수칙만이라도 마련하는게 좋을 것이다.
종합사령실이 전동차가 2개의 역이나 통과해서야 비상연락을 했던 것도 문제다. 한 역이라도 무단 통과하면 자동적으로 경보장치가 울리든가,아니면 최소한 즉각 연락할 수 있는 시스팀이 갖춰져야 한다. 실은 종합사령실마저 깜박했던 것은 아닌가. 이 기회에 ATS가 제대로 작용하는지도 재점검 해주길 당부한다.
최근 지하철의 잇따른 사고는 근무자의 직업의식 및 자세와도 관련이 없지 않다고 본다. 권익의 요구도 책임을 다할 때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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