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세르비아 공습 반대-같은 민족.같은 종교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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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보스니아내 세르비아系에 대한 공습 최후통첩시한이 3일 앞으로 임박한 가운데 지금까지 이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러시아가 반대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나서 막판 변수로 등장했다.
이로인해 지난 10년간,특히 89년 탈냉전이후 獨逸통일과 걸프戰.중동평화협상등을 통해 서방측과 쌓아온 우호관계가 깨져 새로운 냉전체제 탄생마저 우려되는 형편이다.
러시아는 9일 나토가 최후통첩을 발하자마자 공습반대를 주장하면서 긴급안보리 소집과 사라예보를 유엔이 관할하자고 제의했었다. 이에대해 美.英.佛등 서방측은 찬성은 힘들더라도 최소한 공습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는 러시아의 입장을 얻어내기 위해 외교력을 집중해왔다.
러시아측은 12일 『유엔군이 자체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라는 단서를 달아 공습을 마지못해 지지하는 듯했다.
그러나 16일 안보리회의에서 결국 반대입장으로 되돌아갔으며 보리스 옐친 대통령은『보스니아 사태 해결에 러시아를 따돌리려는움직임에 대해 경고한다』면서 공습저지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경입장으로 선회해 버렸다.
왜 러 시아는 서방과의 우호관계가 단절돼 서방측 재정지원까지포기해야 할지 모를 위험을 무릅쓰고 세르비아系의 손을 들어주는것일까. 첫째,동일 인종(슬라브族)과 종교(그리스 정교계통)를바탕으로 세르비아系와 맺어온 수백년간의 유대관계에 기인한다.러시아는 세르비아가 1829년 터키로부터 자치권을 얻어내고 50년뒤 독립국가로 탄생하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이 대 가로 세르비아는 1,2차 세계대전때 러시아의 동맹국으로 싸웠다.러시아는 특히 세르비아와 같은 정통슬라브族의 맹주로 자처해왔으며 지난해 12월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를 기수로 한 극우파가 등장하자 이같은 맹주의식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
둘째,외교면에서 발언권을 강화하자는 의도다.아직도 러시아 국민 대다수가 자신들의 영향권으로 간주하고 있는 동유럽문제에서 서방측이 자신들을 고립시키고 있기 때문이다.이때문에 공습결정은나토가 아닌 유엔안보리에서 결정해야한다며 목소리 를 높였고 16일 안보리에서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하게 했다.
셋째,옐친과 측근들이 국내에서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옐친은 집권이후 정책이 러시아의 독자성을 무시하고 親서방 일변도로 전개되고 있다는 보수파들의 비난을 받아왔다.특히 지난해말 총선이후 그의 입지는 더욱 약화돼 왔는데이번에는 극우파나 공산계등 보수파에 동조함으로써 국면전환을 꾀해보자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근 실시된 한 여론조사결과 러시아인의 77%이상이 공습에 반대했다.
하지만 러시아는 무조건 나토의 최후통첩에 대해 반대만 할 수없는 난처한 입장이다.서방과의 관계악화는 러시아의 고립으로 이어져 옐친의 입지를 오히려 더욱 약화시킬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17일 세르비아系를 설득해 중화기철수합의를 이끌어내는등 협상에 의한 보스니아 사태의 해결을 끝까지 모색하면서 한편으론 공습반대입장은 여전히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申成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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