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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희 명지전문대 교수 허위 학력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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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영화배우 장미희(50.현 명지전문대 연극영상과 교수.사진)씨도 학력을 속였다는 의혹이 17일 제기됐다. 장씨는 동국대 불교학과, 미국 호손대(Hawthorne University) 교육학과를 나와 명지대 교육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17일 밤 장씨를 직접 만났다. 그는 "어린 시절 데뷔해 한동안 많은 일, 다양한 일을 동시에 해오며 제 자신을 잘 챙기지 못해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동국대 측이 "졸업생 명단에 없다"고 밝혔다.

"1976년 데뷔해 바쁘게 일하다 보니 문득 공부에 대한 열망이 생겼는데 79년 동국대가 그 소망을 받아줬다. 일종의 정원 외 입학이다. 학위 받지 않는 조건으로 입학했다. 시험도 보고, 리포트도 쓰고, 학점도 받았다."

(동국대 측은 장씨가 79년부터 81년까지 다섯 학기를 청강생으로 들었다고 밝혔다. 청강생은 한 학기 세 과목까지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명지대 사회교육원 강사가 됐다.

"89년 연기 강사로 임용될 때 '동국대 이수'라고 분명히 밝혔다. 연기자 출신으로 임용된 것이다. 당시 연기자 출신의 사실상 첫 강사라 화제가 됐다."

-영화진흥위원회 사이트에는 '장충여고'로 나온 것으로 돼 있는데 장충여고는 2년 만에 문을 닫아 졸업생이 없다.

"남산국민학교, 옥수여중, 협성여고를 나왔다. 옥수여중이 장충여중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착오가 생긴 듯하다. 바로잡지 못한 내 잘못이다."

-호손대는 미국 교육부의 공인을 받지 않은 비인가 대학이다.

"교육학을 공부하고 싶었는데 주변에서 추천해 입학했다. 비인가 대학인지는 몰랐다. 동국대 시절 받은 학점이 일부 인정돼 학교는 1년 정도 다녔다. 통신 과정도 병행했다."

-정식 교수에 대한 욕심은 없었나.

"명예에 대한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89년부터 97년까지 강사 생활은 거의 휴강 없이 진행할 정도로 열성을 다했다. 학교에서 공로상도 받았다."

-교수 임용 시 자신의 부족함은 못 느꼈나.

"내 교육 커리어로 볼 때 많이 모자란다고 생각했다. 외국 박사가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강사도 '내가 아는 만큼만 얘기하겠다'는 용기로 시작했다. 배우로서 돈이나 작품 대신 학생들을 가르치며 새로운 보람을 느꼈다."

-자신의 학력에 대한 콤플렉스는 없나.

"이 사회에서 학력 콤플렉스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학력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생각했다. 그만한 아량도 없나."(이 대목에서 그는 끝내 눈물을 보였다)

-요즘 잇따른 허위 학력 파문을 보며 무슨 생각이 들었나.

"불안했다. 미술계.연극계로 이어지면서 영화계로도 소용돌이가 몰아치지 않을까 짐작했다."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인가.

"학교 측 결정을 기다릴 뿐이다."

장씨는 '성춘향전'(76년) '겨울여자'(77년)로 스타덤에 올랐다. 유지인.정윤희씨와 함께 70년대를 대표하는 '여배우 트로이카'로 불렸다. 약 40편의 영화에 출연했으며, 대종상.청룡영화상.아시아태평양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정형모.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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