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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있는고향>엄나무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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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금년 설연휴는 풍성한 서설 속에서 보냈다.예상 외 폭설로 귀성.귀경길의 사람과 자동차 모두 고생했지만 덕택에 연전에 내린눈과 합해 이미「삼백」(三白)을 이뤘으니 올 농사는 격양가(擊壤歌)드높은 풍년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명일( 名日)이 되니어머니께서 감주를 해주셨다.그런데 그 맛이 달면서도 맵싸했다.
왜그런가했더니 엄나무 삶은 물로 만들어서 그렇다고 하셨다.일종의 약용 마실거리인 셈이다.
어쩌면 입맛 잃기 쉬운 봄철,상큼하게 미각을 돋우는 식물로 개두릅나무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엄나무는 속칭 음나무.멍구나무따위로도 불리며,오갈피과에 속하는 키 큰 낙엽활엽수로서 우리나라 전역의 산간 숲속에서 자란다.생약명은 해동피 (海桐皮)로 자추피(刺楸皮).정동피(丁桐皮).정피(釘皮)등의 이명으로도 쓰인다. 수피는 약재로 사용되는데,당엄나무.털엄나무.가는 잎 엄나무.칠리향(七里香)으로도 불리는 섬엄나무의 수피도 함께 쓴다.봄에서 여름사이에 채취해 거친 겉껍질을 벗기고 햇볕에 말렸다가 잘게 썰어 사용한다.껍질과 줄기를 함께 쓰기도 하며 ,칠리향의 경우 잎도 차거리나 약재로 사용한다.
기미는 평범하고 맵싸하다.칼로톡신.칼로사포닌등의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거풍.진통.소종 등의 효능을 지니고 있으며 예부터 풍습(風濕)으로 인한 마비통.신경통.요통.관절염.타박상.개선(疥癬.옴).옹저(癰疽.종기)등을 치유하는데 이용해 왔다.
차로 즐기고자 한다면,잘게 썬 엄나무 껍질이나 줄기를 물에 넣고 낮은 불로 오래 달인후 여기에 꿀을 약간 가미해 음용토록한다.잣을 몇 알 띄워 마시면 좋다.옴과 종기에는 가루로 빻아기름으로 개 환부에 바르기도 한다.
별식으로 즐기는 요리로는 이른 봄에 갓 자라난 엄나무순을 꺾어 날것으로,혹은 여느 차두릅나무 순과 같은 방법으로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초장 따위에 찍어먹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노인들을 위한 효도차로는 그저 엄나무 잎이나 줄기를 정성껏 달여 만든 약용차 만한 것이 없다.자식들로 인해 고생한대가로 얻은 우리네 부모님들의 신경통.관절염 치료를 위해 값비싼 양약보다 엄나무차를 달여 드렸으면 싶다.과시 용 해외 효도관광보다도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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