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연인 2>는 이곳에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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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쾌적한 생활환경 조성 등 직원들의 복리후생을 위한 환경복지서비스를 강화하면서 직장인들의 휴식시간 풍경이 달라졌다. 사옥의 옥상이나 남은 자투리 공터를 이용해 ‘쉼터’를 꾸미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특징은 커피 자판기와 의자 몇 개로 이루어진 ‘휴게실’ 개념은 사라지고, 자연과 공감하며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휴식처가 각광받고 있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휴게실 NO, 쉼터 YES!

늘푸른공원

서울시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투자증권 6층 공터에는 늘푸른공원이 조성돼 있다. 990㎡의 규모로 직원들은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을 이용해 이곳에서 업무와 스트레스로 쌓인 피로를 풀고 있다. 제2의 심장인 발을 자극해서 뇌를 비롯한 신체가 새로운 에너지와 기를 얻을 수 있도록 색색의 돌로 지압로도 꾸며 놓았다. 공원은 사내 커플들에게 더없이 좋은 데이트 장소이기도 하다. 커플끼리 함께 걷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사랑이 쌓이는 것은 당연한 일! 임산부 직원들은 “장시간 앉아있으면 다리가 붓기 쉬운데 이때마다 공원에 와서 10~20분 동안 걷고 나면 몸이 훨씬 좋아진다”며 공원의 존재에 감사했다.

아트리움

한화증권 사옥의 실내쉼터인 아트리움에는 미술작품이 전시돼 있다. 직원들은 “작품을 보며 걸을 때면 갤러리에 온 것 같다”며 자랑이다. 여기에 앵무새 두 쌍이 지저귀는 소리, 흐르는 물소리가 함께한다. 때때로 직원들이 직접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까지 거들 때면, 말 그대로 자연과 인간이 하나가 되는 느낌으로 충만하다. 출근 후 20분 정도 쉼터를 걸으며 하루 일과를 체크하고 계획하는 게 이젠 습관이 됐다는 구다은(27)씨는 아침 산책의 장점을 귀띔한다. 김영훈 씨(30세) 역시 “다이내믹하게 일 해야 하는 증권업계 종사자들에게 이곳 쉼터는 걷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가장 매력적인 공간”이라고 소개한다.

하늘정원

옥상 개조 후 가장 유명해진 곳은 서울시 영등포에 위치한 한국화학시험연구원 옥상이다. 사방이 트여 있는데다 국회의사당과 한강이 한 눈에 들어오는 것이 한마디로 경치가 굉장히 좋다. 이곳은 드라마 <파리의 연인>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배우 박신양을 좋아하는 일본 열혈 팬들은 기꺼이 이곳까지 찾아와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정원 사이 길을 직접 걸어본다고 한다. 김지훈(32)씨는 “하늘정원(옥상)이 잘 만들어져 연구원 홍보도 절로 되고, 옥상에서 풀냄새를 맡으며 걷고 있으면 한강에서 산책하는 느낌이 든다”며 옥상 예찬론을 펼쳤다.

정유진 객원기자 ghth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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