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치부고백」 책냈다/경남경찰청 백여사례 실어 “반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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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여성 과잉수색/장례차에 스티커/인권침해 물의
경남지방 경찰청(청장 조성빈)이 경찰의 업무처리 과정에서 물의를 일으킨 대표적 사례들을 모아 일선 경찰의 교육교재용으로 『민주터널』이라는 책자(2백16쪽)를 발간해 화제.
책자내용은 그동안 경찰의 경험·지식부족 등으로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시비와 인권침해 등을 불러일으킨 사례 1백여종을 모은 것으로 컬러삽화까지 곁들여 누구나 흥미있게 볼 수 있도록 했다.
경남지방 경찰청은 책자 발간을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전·의경에서부터 총경까지 20명으로 편집위원회를 구성,그동안 언론에 보도되거나 경찰 내부에서 문제가 된 사례를 수집하고 미대출신 전·의경을 동원해 삽화를 그렸다.
경찰의 치부와 가장 아픈 곳을 낱낱이 드러내고 있어 「경찰의 고백성사」라고도 불리는 이 책자는 ▲인내심 부족 ▲기본지식 미흡 ▲타성에 젖은 태만 ▲경험부족 ▲불친절 경우 등 5장으로 구성돼 있으며,사례별로 교훈과 관련법규 등을 설명해 놓고 있다.
한 예로 10대 여학생들의 폭행사건을 조사하면서 여학생 피의자들의 몸을 「과잉수색」 했다가 부모들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진정받은 경우를 비롯,장례차량에 안전띠 미착용으로 스티커를 발부하는 과잉단속 사례 등을 열거,이들 사건이 주는 교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또 수감중인 내연 관계의 남녀 공범을 유치장내 영치물보관소에서 특별면회를 시켜 임신토록 한 경우와 도박 피의자를 검거,연행하면서 운전을 하도록 해 교통사고를 일으킨 경우 등 경찰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 때문에 경찰 내부에서도 『너무 까발린 것이 아니냐』는 불평의 소리가 나올 정도다.
조성빈 경남지방 경찰청장은 『현재 경남지역 일선 경찰관 34%가 3년 미만의 경력자들이어서 지식과 경험부족으로 인한 인권침해와 독직사건이 경찰의 명예를 실추시켜 왔다』며 『교육을 통해 이같은 잘못을 되돌아보고 반성토록 하기 위해 교재를 발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창원=김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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