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달래기 「선물」에 관심/관심끄는 북·미 재접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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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고립시킬 의사없다” 북에 이미 설명/명분쌓은뒤 「사찰」 극적 합의가능성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사찰합의에 앞서 미국과 이번주 뉴욕에서 실무접촉을 재개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북한과 미국이 IAEA 정기이사회(21일)를 불과 1주일 남겨두고 어떤 얘기들을 나눌지가 관심거리다.
미국은 그동안 IAEA 사찰수준을 완화해주고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일시 유보한 특수한 지위에서 순수담보의 연속성 보장을 위해 사찰을 받게 해달라는 북한의 요구에 대해 자신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따라서 북한이 실무접촉에서 이 두가지를 또 집요하게 요구하면 뉴욕실무접촉은 서로 상대방의 원칙을 확인하는 선에서 끝나고 21일 이전에 북한이 사찰수락 의사를 나타낼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그러나 북한 스스로가 대화로 핵문제를 풀겠다는 의사를 천명한 만큼 대화의 판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 이같은 억지고집보다는 사찰수락을 위한 대내적 명분용으로 미국에 어떤 선물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즉 북한의 협상 실무자들은 김일성주석에게 『이런 이런 것들을 얻어냈습니다』하고 자랑할만한 약속을 미국으로부터 받으려 할 것이란 얘기다.
이와관련해 미국측이 북한에 줄 수 있는 확실한 약속은 두가지다.
북한이 우려하는 미국내 보수 강경세력의 목소리는 미국정부의 입장이 아니라는 것과 3단계 고위급 회담 개최용의다.
북한은 12일의 외교부 대변인 성명에서도 『아직도 미국내 강경 보수세력들 속에서 계속되고 있는 반공화국 압력소동은 미국의 입장이 과연 진실이겠는가 하는 의혹을 짙게 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북한이 그동안 미 언론 등이 보도한 「패트리어트 미사일 배치」 「한반도 위기설」 등과 관련해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한미는 이 부분에 북한의 오해가 있을 수 있다며 외교채널을 통해 북한에 설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은 또 북한이 3단계 회담개최에 대한 미국의 태도를 의심해온 점을 고려,IAEA 사찰을 수용하고 남북대화에 성의를 보이면 3단계 고위급회담을 개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전달할 방침이다.
미국은 또 『북한을 고립시킬 의사가 전혀 없으며,대화를 통해 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고 밝힐 것으로 보인다.
북한을 이를 두고 내부에서 미국으로부터 많은 것을 받아냈다고 선전할 수 있다.
북한은 이같은 명분 축적을 통해 내부의 강경세력 목소리를 어느 정도 누구러뜨린뒤 IAEA에 사찰수락의사를 밝히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란게 우리 정부 당국자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만약 예상과 달리 북한이 IAEA 이사회가 열리는 21일까지 핵사찰을 끝내 수용하지 않을 경우 늦어도 23일에는 대북 결의안이 상정될 것이 확실하다.
IAEA 결의안이 채택돼 핵문제가 안보리로 넘어가면 안보리는 「언제까지 사찰을 받지 않으면 제재조치를 취하겠다」는 식의 강한 내용이 담긴 결의안을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
단계적인 제재로는 ▲무기거래 금지 ▲외교접촉 제한 ▲생필품 금수 등 경제제재 등이 검토되고 있다.
여기에 해외송금 중단도 검토되고 있는데 호소카와 모리히로(세천호희) 일본 총리는 최근 워싱턴에서 가진 빌 클린턴 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안보리 결의안이 나오면 국내법에 따라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대북제재에 돌입하더라도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며 북한이 이에 맞서 극단적인 행동이라도 하게 되면 한반도에 위기상황만 닥쳐올 수 있다.
한 장관이 미국 지도자들을 만나 핵문제가 안보리로 넘어가도 단계마다 대화를 할 것 등 대화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미국의 동조를 얻어낸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워싱턴=박의준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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