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올림픽>사건.사고등 아픔딛고 설원 누비는 스타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크리스마스 카드의 한 정경인듯 이곳 노르웨이는 사방을 둘러봐도 온통 새하얀 눈뿐이다.
언제부터 내린 것인지 알수 없지만 지붕위에 차곡차곡 쌓인 눈높이만 1m에 가깝다.그러나 햇빛 한점 없이 하늘의 얼굴은 우울할 뿐이다.
그런 탓일까.
이번 릴레함메르겨울올림픽은 개막전부터 스타들과 관련된 갖가지사건사고가 꼬리를 물고 이어져 은빛축제에 나서는 스타들의 마음을 어둡게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노르웨이의 스키영웅 베가르드 울방(30)은 그만 대표팀 의료진으로 활동중이던 형 케틸을 잃고마는 비운을 맞았다. 92알베르빌올림픽 크로스컨트리 3관왕(10㎞,30㎞,계주)울방의 형 케틸은 고향 핀마크에서 벌어진 크로스컨트리대회에서 실종,울방등이 2주간이나 수색작전을 펼쳤으나 찾지 못했다.
2세때 크로스컨트리를 시작한 울방의 첫 라이벌이 바로 케틸이었던만큼 울방의 충격은 컸다.
지난 1월말엔 스키여자 알파인활강에서 금메달이 유력시되던 오스트리아의 울리케 마이어가 어린 딸만을 남긴채 훈련도중 넘어지며 머리를 벽에 부딪혀 목숨을 잃는 사망사고가 발생,올림픽에서도 활강코스를 보다 쉽게 조정해야한다는 스키어들의 강한 반발을자아냈다.
그러나 정작 이번 올림픽 참가국중 갖가지 사고로 얼룩진 팀은다름아닌 미국.
이번 대회에 가장 많은 1백62명의 선수를 출전시킨 미국은 88캘거리올림픽 비운의 주인공인 댄 잰슨(28)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여자선수들이 집중적으로 큰 사고를 당했다.
여자스피드스케이팅의 호프 크리스텐 탈보트가 남동생 제이슨의 골수암을 치료키위해 골수이식 수술을 자원,완전치 못한 몸으로 가까스로 출전티킷을 따냈다.
1월초엔 세계 피겨스케이팅계를 경악시킨 낸시 캐리건에 대한 피습 사건이 터졌다.특히 사건의 주범이 라이벌 토냐 하딩의 前남편등으로 밝혀져 하딩의 올림픽출전여부는 개막일을 맞고도 불투명한 상태.
미국선수권에서 2위를 차지한 13세의 미셸 콴이 하딩이 티킷을 박탈당하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릴레함메르까지 오는 어수선한분위기속에 정작 피해자인 캐리건의 인기는 날로 치솟아 심판들에게도 강한 동정표를 구할수 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미국팀의 불운은 여기에서 그치지않고 개막을 1주일 남긴 상태에서 이번엔 아이스댄싱의 엘리자베스 푼살란이 아버지가 살해되는비극을 겪게됐다.
범인 또한 정신질환을 앓곤하던 동생 리카르도로 밝혀져 범가족적인 참극이 되고 말았다.[릴레함메르=劉尙哲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