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날리기는 정보통신의 효시-설날 맞아 알아보는 세시풍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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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그러나 이같은 시각은 우리의 음력이 실은「태음태양력」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까닭에 비롯된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설을 맞아 우리의 음력과 관련 세시풍속에 담긴 조상들의 과학정신을 국립중앙과학관 鄭東璨실장(과학기술사연구실)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음력과 24절기=음력은 달이 차고 기우는 모습,즉 달의 공전주기를 기준으로 만들었다.매일 같은 모습의 태양보다는 날마다모양이 변하는 달이 일자를 구별하는데 더 유용했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음력은 계절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단 점이 있었다.
계절은 태양의 위치에 따라 정해지기 때문이다.특히 농경에 의존하던 전통사회에서 음력의 이런 맹점은 치명적인 것이었다.
이같은 음력의 맹점을 보완한 것이 바로 24절기다.24절기는태양의 궤적인 황도를 24등분해 만든 것이다.실제 지구가 태양주위를 돌고 있지만,역으로 태양이 지구를 향해 돈다고 생각해도계절을 가리는데도 똑같은 결과를 가져온다.이 런 추론으로 중국周나라때 황도 3백60도를 24등분해 15도마다 자리를 매긴 것이 24절기다.
따라서 24절기는 어느 양력보다 정확한「양력중의 양력」이라 할만 한 것이다.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양력은 태양의 위치를 나타내는데 있어 아주 근소한 오차가 있지만 24절기는 전혀 오차가 없다.
◇세시 놀이=설을 전후해 정월 대보름까지 행해지는 놀이중에도과학의 역사가 적지 않게 배어있는 것들이 있다.
연날리기는 요즘말로 하면 「정보통신」의 효시라 할 만큼 과학적인 놀이에 속한다.물론 최근의 정보통신이야 무선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달리 연락수단이 없던 전통사회에서 연은 매우 긴요한존재였다.
설화에 의하면 삼국시대 金庾信이 백제 침입에 나서면서 신라군진영에 유성이 떨어진 적이 있었다.동.서양을 막론하고 유성 추락은 불길한 징조였는데,김유신은 별모양의 연을 만들어 날려 올림으로써 땅에 떨어진 신라군의 사기를 북돋았다.
또 임진왜란때 李舜臣은 방패연 등에 글자 혹은 기호를 써붙여연락수단으로 삼았다고도 한다.연이 정보통신 수단으로 매우 유용하게 쓰인 사례라 할만 하다.
자치기 역시 과학이 담긴 놀이다.큰 막대기와 작은 막대기로 거리를 재서 승패를 결정하는 자치기는 도량형의 발달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일부에서는 큰 자의 길이가 원래 1척 정도였을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한다.
제기차기의 경우 과학적 원리가 담긴 생활체육으로서의 역할도 컸을 것으로 보고 있다.제기차는 자세가 태껸의 원리와 매우 흡사하다는 것이다.제기차기가 주로 겨울에 이뤄졌던 것은 아무래도이 시기가 농한기여서 운동이 부족했기 때문인 것 으로 분석되고있다.또 엽전이 일정한 각도를 유지하며 떨어지도록 하는 제기의술도 매우 과학적인 고안이라는 것.
◇세시 음식=우리의 음식문화가 프랑스.중국과 비견할 만큼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것은 요즘 새삼스런 얘기가 아니다.시래기나 무말랭이 혹은 호두나 밤을 까먹는 것은 비타민 C등의 공급원이거의 없는 겨울철 영양유지에 긴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또 면역기능이 크게 저하되는 이 시기에 이들은 고급 단백질원으로 건강 유지에 도움을 줬을 것이다.또 최근 미국에서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호두에는 콜레스테롤치를 저하시킬 수 있는 성분이들어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조 상들은 아마 이같은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金昶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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