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 극심지대 경인선 전철변을 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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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밤낮을 가리지 않는 전동차 소음과 집 천장이 무너져 내릴 듯 한 진동 때문에 포근히 잠자는 일은 이미 포기한 지 오래입니다.』 京仁線(서울구로역~인천역간 27㎞)전철로변 3만여가구주민들은 전동차가 통과할 때마다 내뿜어 대는 고막을 찢는 듯한굉음과 덜컹거리는 바퀴 진동음으로 정상적인 생활 리듬을 잃고 있다.하루 운행수 왕복 3백80회.오전 5시부터 밤1 2시까지평균 3분마다 오가는 전동차는 이곳 주민들에게 편리한 대중교통수단이 아닌,만나기 싫은「무서운 괴물」로 인식되고 있다.
본사 취재팀 조사 결과 이같은 피해를 보고 있는 지역은 경인복복선 공사와 함께 방음벽 설치 공사가 일부 마무리된 서울구로역~부천역곡역 구간을 제외한 京仁線 전 구간인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부천시 구간인 역곡역~부천역~중동역과 인천시 구간인 부평역~백운,동암~주안역 사이의 경우 주택들이 밀집돼 있어 피해정도가 더욱 심각한 편.
7일 오후2시쯤 소음피해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인천시간석동 경인전철로(동암역~주안역)변 H아파트 일대.
철로에서 불과 10여m 남짓 떨어진 아파트 주차장과 진입로를오가던 주민들이 일제히 손으로 귀를 틀어막는 보기 드문 현상이연출된다.
바람을 가르는 굉음과 함께 창문 유리가 깨질듯 한 진동음 때문이다. 주민 金美京씨(34)는『이곳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이상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여기선 흔히 보는 장면』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몇분 간격으로 경인선 상.하행선을 오가는 전동차 소음으로 갓난아기를 둔 엄마면 누구나 한 두차례씩 경기에 놀란 아기를 업은채 허겁지겁 병원으로 내달린 경험을 갖고 있다』고 했다. 또 이 일대 2천여가구 주민들은 전동차 진동으로 집안에진열된 장식품들이 가끔 떨어져 깨지고 화면이 흔들려 TV시청을못하는 엄청난 피해를 당하고 있다.
전철피해는 주택가만이 아니다.
인근 朱原국교(교장 李永壽)는 철로와 울타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어 수업에 막대한 지장을 받고 있다.
전동차가 바람을 가르며 통과할 때마다 발생하는 뽀얀 먼지가 날아드는 바람에 교정은 온통 먼지투성이가 되기 일쑤.
鄭지형군(11.5학년3반)『소음과 먼지 때문에 한여름에도 창문을 꼭꼭 닫고 공부하고 있으며 수업도중에도 전동차가 오면 지나갈 때까지 수업이 잠시 중단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인천남부교육청이 실시한 소음도 측정 결과 소음.진동규제법상의 학교 기준치(50㏈)를 훨씬 웃도는 60~70㏈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학교측은 91년 학부모들의 요청에 따라 교내 소음도를 측정한 결과 최고 81㏈까지 나오자 철로변에 높이 3m가량의 담장을 설치하고 창문을 이중으로 만들기까지 했으나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고 있는 실정.
이같은 소음도(80㏈이상)는 신경질.불쾌감을 주고 계속될 경우 노이로제 증상까지 유발할 수 있다는게 환경전문가들의 설명.
부천시 심곡동일대(역곡역~중동역)주택밀집 지역도 사정은 이와비슷하다.
철로와 불과 2m밖에 안 떨어져 있는데다 담장마저 없어 철로변쪽 방은 거의 사용하는 집이 없을 정도다.
이곳에 10여년째 살고 있다는 金玄珉씨(41)는『전동차 소음으로 식구 대부분이 난청증세를 호소하고 있으며 집 전체가 무너져 내릴 듯한 흔들림으로 벽 일부분이 균열돼 수리까지 했다』며대책을 호소했다.
金씨는 또『대부분 사람들이 헐값에 집을 내놓고 있으나 수요자가 거의 없어 집값은 점점 떨어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주민들은『시.구청등에 이같은 불편을 호소하는 진정서를 70년대 후반부터 해마다 제출했으나 관계당국에서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실정』이라며『이제 모든 것을 체념하고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관계당국인 서울지방철도청은 주민들이 요구한 방음벽 설치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데다 보상협의마저 잘 안돼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또 철도청은 현재 진행중인 경인선복복선 공사와 함께 방음벽 설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힐 뿐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어 주민들의 이같은 엄청난 고통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鄭泳鎭.黃善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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