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디스켓을 찾아라-돈봉투사건 수사관들 숨가쁜 추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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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국自保의 로비자금 내용이 담긴 극비 서류와 컴퓨터 디스켓을 찾아라』-.
국회노동위 돈봉투 사건수사를 맡은 서울지검 특수1부는 4일오후 회사측 관계자들로부터 회사측이 디스켓을 빼돌린 사실을 알아내고 수사관실에 비상을 걸었다.
수사관들에게 떨어진 지시는『회사측이 검찰의 추적사실을 알면 디스켓을 파손해 버릴지도 모르니 극비로 확보하라』는 것.
이에따라 베테랑 수사관들로 2개의 추적반이 편성돼 한팀은 自保 본사사무실로 출동,디스켓을 숨긴 것으로 파악된 기획실 직원崔모씨(30)를 연행했다.
거의 같은 시각 또다른 추적반은 서울영등포구신길5동에 있는 崔씨의 아버지집을 에워싸고 감시에 들어갔다.
압수수색 영장이 도착하기전 이집에 보관된 디스켓이 다른 곳으로 옮겨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곧 비밀리에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을 거머쥐고 긴장된 표정으로 집안으로 들어선 수사관들은 4시간동안 집안 구석구석을 수색했으나 비밀서류를 찾지 못했다.
당황한 수사관들은 특수1부 鄭烘原부장검사에게 이같은 상황을 보고했다.이때가 4일 오후8시쯤.
그러나 특수1부는 이미 이같은 상황에 대비해 自保의 기획실장을 비롯,기획실 직원 4명의 신병을 확보하고 이들을 상대로 서류의 행방을 추궁하고 있었다.
결국 직원들로부터『崔씨 아버지집에 보관해 놓았던 디스켓과 서류를 지난 28일 직원 洪명우씨(33)가 가져갔다』는 자백을 받아냈으며 洪씨도『비밀서류를 신림동 누나집에 맡겨두었다』고 실토했다. 신길동에서 대기하고있던 추적반에게 긴급지시가 떨어졌고추적반은 불과 10여분만에 洪씨의 누나집에 도착,라면박스 4개에 담겨져있던 서류등을 압수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중 박스 한개가 뜯어져있고 내용물도 반쯤밖에없는것이 확인되었다.수사관들은 가족들을 추궁,『조금전 회사로부터 급한 연락이 와 식구중 한명이 대방전철역 근처로 서류를 태우러 갔다』는 대답을 받아냈다.추적반은 다시 대 방역으로 차를몰아 막 서류더미에 불을 붙이려는 현장을 발견해 가까스로 서류등을 손에 쥘수 있었다.
비록 일부 서류와 디스켓이 불에 그을린 상태였지만 국회노동위돈봉투사건 수사가 중요한 고비를 넘기는 순간이었다.
〈李殷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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