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형욱소재 영화 증발 연출 신상옥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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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김형욱 前중앙정보부장의 실종을 소재로 한 신작『증발』이 정치적인 문제를 민감하게 다뤄 공륜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이 영화를 감독한 신상옥씨가 4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신감독은 이 영화가『타이틀에서부터 분 명히 픽션임을 밝히고 있으며 실존인물의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신감독의『증발』은 김형욱 사건을 축으로 5.16부터 10.26까지의 정치및 사회상황을 그린 영화로 前국가보안부장이 파리에서 붙잡혀와 대통령에게 피살되는 장면과 대통령의 애정행각,여대생성고문사건 등이 그려진다.이 작품은 픽션이긴 하 나 박정희정권하의 정치적 부패와 권력투쟁을 여러가지 측면에서 암시한다는 점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공륜은 이 영화에 대해 전문심의위원 전체회의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한채 7일 윤리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결정을 내리기로 한 상태.
『문민시대에 이 정도의 소재를 영화로 못만든다면 그건 정치적.사회적 소재는 영화화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한 그는 개인적으로 故 박대통령으로부터 신세를 많이 졌다고 회고하면서 그러나 작품과 개인적인 친분관계는 별개의 문제 라고 말했다.『옛날이야기를 다시 꺼내 뭐하느냐는 질책도 있었지만 나로서는이 영화를 통해 한국정치사의 일그러진 과거를 청산하고 싶었다』는 것이 그가 밝히는 제작동기다.
할리우드에서 독립프러덕션인 신프러덕션을 창설,아동용 무술영화등을 제작해 현재는 어느 정도 자리를 굳힌 상태라고 밝힌 그는올해안에 한국현지법인을 설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신감독은『70,80년대 한국사회에 정치적 억압이 팽배했던 시절의 여러 이야기들은 외국관객들에게도 충분히 호소력을 갖는 소재』라며 앞으로이런 소재들을 영화화해 세계시장에 내놓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林載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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