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비밀회신/북핵해결 큰분수령/방북 그레이엄목사 밀사역에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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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제재 불가피 여론속 “긍정적 내용” 담긴듯/미 대응은 의회와 협의 거쳐 내주초 결정
북한을 방문한 빌리 그레이엄 목사를 통해 빌 클린턴 미 대통령과 김일성 북한 주석이 「간접적인 정상외교」를 펴고 있어 그 내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최근 북한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이의 핵사찰 협상이 지연됨에 따라 북한에 대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결의가 불가피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부각되면서 이 「간접 정상외교」가 이같은 어려운 국면을 돌파하는 계기를 마련해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일고 있다.
북­미 정상간 메시지 전달은 지난 92년 그레이엄 목사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 조지 부시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한 전례가 있으나 당시 김 주석은 부시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회답하지 않았었다.
따라서 김 주석이 이번에 회답을 한 것은 클린턴 대통령의 메시지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해석돼 김 주석의 회신내용도 긍정적일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 국무부는 클린턴 대통령의 구두메시지는 북한 핵문제를 조기에 해결토록 촉구하는 내용이라고 밝히고 이같은 형식을 취한 이유에 대해 『김 주석이 클린턴 대통령의 입장을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이 클린턴 대통령의 의사를 가장 직접적인 방법으로 김 주석에게 전달함으로써 김 주석이 핵문제와 관련,미국의 입장을 잘못 이해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거하기 위한 목적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이같은 직접적인 메시지는 북한 핵문제와 관련,사실상 미국의 최후통첩적인 성격을 띠고 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은 김 주석이 클린턴 대통령의 의지를 확실히 이해하게 되면 지금까지의 지지부진한 핵문제 해결 협상에 가부간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은 김 주석이 부정적 반응을 보일 경우 현재 상당히 구체적인 국면에 이르고 있는 대북한 제재여부를 더이상 논란없이 즉각 결정하는 계기로 삼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 국무부는 북한 핵문제와 관련,취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검토하고 있으며 클린턴 대통령의 메시지를 직접 김 주석에게 전달한 것도 이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일성의 회신이 어떤 내용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백악관의 한 관리는 김일성의 회신내용이 매우 민감한 문제며 따라서 국가안보관계자 회의를 통해 북한의 진의를 파악하는 절차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북한에 대해 크게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의회와도 김일성의 답신내용을 협의하는 절차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미국의 대응은 빨라야 내주초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 핵문제는 이제 말 그대로 「막바지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정부는 언론과 의회를 포함,북한 핵문제와 관련한 당사자들과의 모든 논의절차를 이미 마무리하고 북한이 핵사찰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대응방침을 이미 정해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프랑스와 호주·일본 등의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문제를 거론하고 나선 것은 미국이 이미 북한에 대한 제재준비에 착수,국제사회에서 여론을 조성하는 작업에 나선 결과로 보는 시각이 있다.
김일성의 회신내용은 북한 핵문제에 큰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워싱턴=진창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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