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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있는 교육이 되려면(사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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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교육부의 94년 업무보고는 교육에 경쟁을 어떻게 하면 도입하느냐에 초점이 모아져 있다. 새 장관 취임과 함께 고교입시 부활·평준화 해제 등 여러 억측과 소문이 돌았다. 그러나 이런 혼란을 물리치고 교육의 질을 어떻게 하면 높아질 수 있느냐에 주력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또 교육의 경쟁력이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시점에서 한해의 교육정책 방향을 경쟁력 제고에 설정했음은 올바른 정책판단이라고 평가한다.
그 구체적 안이 초·중·고에 월반제와 속진제를 도입하고,국교 4학년부터 영어교육을 실시하며,교사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교사자격 유효기간제 실시 및 석·박사통합,대학원평가제 도입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 95년까지 1교1실 컴퓨터보급 완비 등의 교육여건 개선이 제시되고 있다.
먼저 초·중·고의 월반제나 속진제 도입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할 것이냐를 보다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지금껏 월반제 도입이 거론만 되고 실현이 불가능했던 것은 평준화정책과 상치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이 발상은 평준화정책에 대한 기본적 이해의 잘못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평준화와 수월성은 교육에서 공존관계다. 평준화와 수월성은 상호보완적이어야 한다. 월반제 도입,곧 평준화 해제로 이어져서는 안된다.
교육의 수월성을 높이기 위해선 우수한 학생은 더 우수하게 가르쳐야 한다. 그렇다고 모든 제도를 자유경쟁에 맡긴다고 교육의 수월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중등교육의 균점화라는 차원에서의 교육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육의 수월성과 평준성을 조화있게 다루는 지혜가 정책적으로 필요하다. 이를 위해 우열반 편성보다는 우수학생의 속진 월반이 더 효과가 있으리라 본다. 여기에는 학부형 치맛바람을 막을 수 있는 교사의 권위확립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그 다음,특활시간을 이용한 국민학교 생활영어 교육은 현실적으로 아무런 실효를 거둘 수 없다고 본다. 영어 조기교육을 기왕 하려면 보다 철저하게 하든지,아니면 현행대로 하되 교육방식을 달리하는 방법을 취하든지 둘중 하나여야 한다. 그 어느 것도 아닌 어중간한 영어교육은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특활시간에 영어회화 테이프만 틀어주면 영어 조기교육이 된다고 믿는 교육정책은 너무 안이한 발상이다. 지금 중학이후의 영어교육이 문법보다는 이해와 회화쪽으로 가야 하는게 옳은 방향인데도 과연 지금의 교사수준으로 이 교육을 할 수 있는가. 중등교사의 영어 재교육이 선행돼야 한다. 아무런 사전준비도 없이 영어 조기교육을 한다는게 연목구어식 발상이다.
교육의 경쟁력 도입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는 시점에 와있다. 중요한 사실은 교육의 경쟁력이 무조건식 경쟁 도입이나 말만으로 이뤄지는게 아님을 정책당국자들은 명심하면서 경쟁력있는 교육정책을 실천하기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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