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가에 인먼 사퇴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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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탈세·사기·변절당원”등 잇단 구설수/일부선 “반클린턴 세력에 맞불작전”
이달말 신임 국방장관으로 취임예정이던 보비 레이 인먼 미 해군퇴역제독이 18일 전격적으로 사퇴를 발표,지명사퇴 결정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먼은 클린턴 대통령에게 보낸 사퇴이유서에서 최근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윌리엄 새파이어가 자신을 「부당하게 공격」한 것에 대해 환멸을 느끼고 일부 미국 언론의 「신매커니즘」에 명예를 손상당하기보다는 지난 82년 은퇴후 살고 있는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만년을 가족들과 함께 평온하게 보내는 것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세계적 칼럼니스트로 꼽히는 윌리엄 새파이어는 인먼이 애스핀 장관 후임으로 결정된 직후인 지난해 12월23일 칼럼을 통해 ▲인먼은 1980년 미 중앙정보국(CIA) 부국장 재직때 리비아 테러단이 미국으로 향했다는 정보를 누설,이스라엘의 안보이익에 저해되는 행동을 한 반유대주의자이며 ▲퇴역후 국방조달관계 회사 주식을 매입,이 회사가 파산하게 만든후 1백만달러의 보상을 받아냈고 ▲포도상 폭탄제조회사인 인터내셔널 시그널 앤드 컨트롤사 이사재직 때에는 전직을 이용,국방정보를 빼내 전달하는 등 스파이행위를 했을 뿐만 아니라 ▲사회보장번호가 없는 불법이민 외국인 여자를 가정부로 고용,납세사기를 했다고 지적했었다.
인먼은 새파이어의 이같은 지적에 대해 납세사기 부분만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하고 탈세부분은 사후 납세로 문제를 깨끗이 했다고 밝혔다.
인먼은 또 미 공화당의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는 봅 돌 상원의원이 자신을 「변절한 공화당원」이라는 지적에 대해 「근거없는 비난」이라고 말하고 자신은 공화당정부시절 공직에 있었으나 공화당원은 아니었으며 돌 상원 의원과는 함께 일한 바도 없다고 주장했다. 인먼의 이같은 사퇴이유 설명에 대해 미 정가는 아직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다만 인먼은 새파이어가 지적한 문제들과 관련,자신의 전력에 대해 국민을 설득하고 해명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미국 정치 중심부 워싱턴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미국내 유대인그룹의 「반유대경력」을 가진 자신에 대한 반대캠페인을 사전에 감지,미리 물러나기로 했을 것이라는 설명도 나오고 있다.
또다른 분석가들은 클린턴 대통령이 화이트 워터사건으로 곤경에 처한 지금 반클린턴 세력의 공격을 인먼이 총대를 메고 맞불작전을 전개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워싱턴=진창욱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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