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지진 참사의 교훈(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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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LA지역을 엄습한 강진으로 3명의 교포가 숨졌다. 그밖에 교민가옥 40여채가 파손되고 코리아타운 상가도 약탈·교통두절·정전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먼저 희생자 유족들과 재난을 당한 교민들에게 마음으로부터 위로의 말을 전하고자 한다.
LA는 비록 지리적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으나 심정적으로는 먼 이웃,다른 나라의 지역이 아니다. LA 일대에 30만명을 넘는 교포가 밀집해 있어 LA지역의 재난은 곧 한국의 재난인 것처럼 느껴진지 오래 되었다. 정부가 교민들에 대한 지원에 나서고 있으나 일반 국민들도 계속적이 관심과 지원이 있었으면 한다.
LA 지진은 도시재난때 우리의 대응태세를 돌아볼 계기가 되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지진 다발지역에 속해 있지 않지만 지진대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있는 지역은 아니다. 언제 우리에게도 강한 지진이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미진은 우리도 거의 해마다 경험해오고 있다. 만의 하나,우리에게도 큰 지진이 닥쳤을 때 우리들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지진 조기발견시스팀도 없고,사후 수습대책도 없다시피한 실정이다. 건물들도 내진설계가 거의 되어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무신경은 약한 지진에도 큰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일정규모 이상의 대형건물이나 다리 등에 대해서는 내진설계가 이루어지도록 법과 제도를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비단 지진에 대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도 대형 재난사고를 수습하기 위한 구조체계는 반드시 필요하다. 대화재나 대형 붕괴사고 등은 우리 도시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또 우리는 해마다 여름·가을이면 거의 빼놓지 않고 물난리를 겪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사고수습체계는 너무도 원시적인 수준에 있다. 구급체제도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은 형편이다. 가족중에 급한 환자가 생겨 구급전화를 돌렸더니 한 곳에선 동원할 차량이 없다,또 다른 곳에서는 교통이 막혀 출동을 못하겠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분통을 터뜨리는 독자의 전화를 받은 적도 있다.
환자수송도 제대로 못하는 체제로 어떻게 큰 재난에 신속히 대비할 수 있을 것인가. 지진 자체에 대해서는 미국도 속수무책이었지만 사고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그들의 체제는 우리와는 비할바가 못되었다. 가스공급 차단,부상자의 신속한 수송,소방대원과 구조원들의 짜임새있고 헌신적인 활동 등은 TV 화면을 통해 보아도 인상적이었다.
우리도 도시재난 등 대형재난에 대비해 체계적인 사고수습 및 구조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대형 재난 때에는 주민의 협조가 꼭 필요한 만큼 현재의 민방위체제는 필요에 따라 재난구조체제가 될 수 있도록 그 조직과 훈련을 개편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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