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 전 부총리 「국제화시대의 한국」 강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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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금융등 규제 풀어 자유화 서둘때/경쟁력 키우려면 안정기조 필요
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과 한국은행 총재를 지낸 조순씨가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타결에 따른 새로운 국제질서 속에서의 생존을 위한 우리경제의 체질변화·경제안정화·자유화를 제시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조씨는 13일 오후 서울 태평로 언론회관에서 박찬종 신정당 대표와 국민당 조순환,무소속 변정일·서훈의원 등이 공동주최한 「한국 어디로 가야 하나」 토론회에서 「국제화시대의 한국의 진로」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다음은 주제발표 요지.
이번 UR협상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준비없이 기습을 당한 병사들처럼 우왕좌왕했다. 이미 UR협상은 끝났지만 지금부터라도 앞으로의 세부적 시행에 준비해야 한다.
WTO 질서에서의 경제정책은 지금까지의 방법이나 관념으로는 도저히 성공할 수 없다. 국제화는 정부 경제정책의 주권을 제한받는다는 뜻이다. 정부가 경제를 「계획」한다는 것은 이제 불가능해졌다. 우리 정부의 골격은 봉쇄경제체제 아래의 성장목표 달성을 위한 것이었다. 기존의 정부골격으로는 더 이상 환경변화에 신축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기획원과 같은 경우 지금까지 거시계획의 목표달성을 위한 경제정책을 종합조정해왔지만 이제는 자유화·경제화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제도설정 방향을 조정해야 한다.
불합리하게 민간경제 활동을 규제·감시·처벌하는 여러 제도가 우리경제의 고비용·저효율의 요인이다. 국제경쟁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거시정책의 방향을 확실하게,안정기조로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것이다. 자유경제질서 확립을 위한 개혁을 추진하면서 안정화 의지를 담은 정책을 몇해만 추진하면 반드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거시적 안정화,미시적 자유화」만이 현 단계의 가장 옳은 정책배합이다. 효과가 당장 안나타나기에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비용없는 자본주의는 없다. 그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것은 금융개혁이다. 일단 우리 내부의 자유화를 위해 금리자유화 일정을 앞당기고 창구지도를 폐지하는 등 금융통제 법규를 개정해야 한다. 인플레를 억제하면서 자유화정책을 쓰면 고비용·저능률의 체질이 개선될 수 있다.<정리=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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