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화제>태극마크 꿈부푼 배구 후국기.인정 화교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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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글쎄요.간단하게 보면 단순한 소속감 문제라고 볼수도 있지요.그러나 가족입장에서 보면 아들을 한국에 바치는 것이 됩니다.
그래서 저의 부친은 국적변경을 한사코 반대하셨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그러나 아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 는 나는 본인이 원한다면 허락할 생각입니다.어쩌면 그것이 불효가 될지모르지만….』 자신들의 조국인 대만이 아닌 타국인 한국에서 대를 이어 배구인의 길을 걸으며 현재 진행중인 대통령배대회에서 감독과 선수로 맹활약하고 있는 侯國基(42.선경감독)寅廷(19.경기대)화교父子.
경기대를 졸업하고 금성통신(럭키화재의 전신)에서 현역생활을 마감,지난 82년부터 여자팀 선경의 코치로 지도자생활에 뛰어들어 지금은 감독이 된 아버지 侯감독은 경기대 주전인 아들 인정이가 자신이 그만 했을때 겪었던 똑같은 과정에 놓 여있음을 보며 인생의 수레바퀴를 떠올린다.
비록 이방인이었지만 자신이 경기대를 졸업할 무렵,侯감독은 한국의 국가대표로 손색이 없었다.
그러나 부친 侯培恒씨(85)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대신 대만대표로 중남미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제 아들 인정이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 날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국적문제가 걸림돌로 대두되는 똑같은 상황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侯寅廷은 한국에서 태어났다.수원화교학교를 졸업하고 인창중에서배구를 시작,인창고를 거쳐 올해 경기대 2년.아버지의 길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1m97㎝의 큰키로 대학선수중 특A급센터로 지목받고 있다.
지난해 이미 유니버시아드,그리고 국가대표팀 선발과정에서 후보명단에 오를정도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侯감독의 1년선배로 함께 선수생활을 했던 朴鎭煥경기대감독은『솔직히 아버지보다 키와 스피드에서 훨씬 앞선다』며 제11회 대통령배 전국남녀배구대회에서 11년만에 처음 경기대가 우승한 것도『인정이 공로가 크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오는 4월19일이면 후인정은 독자적으로 귀화가가능한 만20세가 된다.
불행하게도 최종결정을 내려줘야할 할아버지가 老患으로 고생중이어서 아버지 侯감독은 착잡하다.그러나 아들 인정은 조국 대만 못지않게 배구를 너무 사랑하는 마음때문에 한국인이 되기로 마음을 굳혔다.
〈金仁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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