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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주부통신>1.美 지역사회학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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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국제화.개방화시대에 맞은 94년은「세계 가정의 해」.다른 나라의 가정생활은 어떤지,가족과 육아및 여성문제는 우리와 어떻게다른지 궁금한 점이 많다.해외에 살고있는 다섯명의 한국 주부들이 각각 자녀를 키우고 그들 생활속에 섞여살며 보고 느낀 이야기들을 매주 한차례씩 들어보는「지구촌 주부통신」을 새로 마련한다. [편집자註] 미국의「지역사회학교(Community School)」는 최근 교육계의 혁신적 변화속에서 한층 두드러지는「21세기 국민학교」다.맞벌이 부부와 그 자녀들의 형편을 최대로배려한 지역 사회학교는 취학전 어린이 프로그램,방과후 프로그램, 부모교육 프로그램에다 의료혜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서비스를제공하는 것이 그 특징.
학부모들이 상당한 발언권을 행사하면서 학교행정에도 적극 참여하고,학교와 지역사회가 매우 긴밀한 협력체제 속에서 운영된다는사실도 일반 국민학교들과 크게 다른 점이다.
첫 수업은 오전9시에 시작되지만 지역사회학교가 문을 여는 시간은 오전7시30분.부모가 아침 일찍 직장에 가야 하는 가정의어린이들은 8시부터 교내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한다.과학실.음악실.미술실등 시간마다 이 교실 저 교실 옮겨다니는 어린이들로 부산한 정규수업이 끝나는 시간은 오후3시30분.대부분의 학교는 그때부터 조용해지지만 지역사회학교는 아직 절반가량밖에 끝나지 않은 셈이다.
방과후 어린이들은 강당에 모여 1시간쯤 각자 숙제를 하고 식당으로 가 간식을 먹는다.계속 이어지는 프로그램은 연극.태권도.요리.도자기등 각양각색.오후6시무렵이면 직장 일을 마친 부모들이 학교로 온다.그중 일부는 자녀와 함께 곧장 집으로 돌아가지만 상당수는 부모를 위한 수학.언어등 별도로 마련된 프로그램중 각자 원하는 교실에 참가한다.
또 이 시간에 학부모들은 교사.교장과 함께 학교정책이나 교과과정등에 대해 의논하기도 한다.지역사회학교가 마침내 문을 닫고조용해지는 시간은 오후10시.일반 학교들과는 달리 7~8월의 여름방학 기간에도 문을 여는 지역 사회학교는 다 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는 여름캠프장으로 변한다.
지역 사회학교는 치료및 평소 건강관리를 위한 의료시설,심리학을 전공한 상담전문가도 있어 학생들의 심신건강도 돌봐준다.
아침 일찍부터 한밤중까지,그리고 주말과 방학중에도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해 일하는 부모들의 자녀 양육부담을 크게 덜어주는 지역 사회학교가 처음 생겨난 것은 지난 88년.학부모들에게적극적인 자원봉사와 재교육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인기리에 확산돼미국 11개주에 2백여개나 생겨났으며 계속 늘고 있다.
일반 학교를 지역사회학교로 탈바꿈시키고 싶을때 기금 모금방법부터 방과후 프로그램 운영방식등에 대한 자문을 해주는 곳은 코네티컷주의 아동발달및 복지정책을 연구하는 부시센터.지역사회학교운동의 핵심 인사중 한사람인 에드워드 지글러박사가 소장으로 일한다. 지역사회학교의 운영에 따르는 재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기관.기업체등 교육에 관심있는 단체의 적극적 지원이 필수.예컨대 뉴욕시 P.S.5 지역사회학교는 정부기관및 기업들로부터 의료시설.부모교육프로그램.어린이들의 정규수업외 특 별활동등에 드는 1백만달러(약 8억원)를 해마다 지원받는다.
지역사회학교 운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교사들의 자발적 참여다.상당한 근무시간 연장과 책임감이라는 2중의 부담을 져야하지만 대부분의 교사들이「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헌신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져 있다.이같은 지역사회학교가 정말 효과적.능률적인학교인지를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매우 긍적적인 입장.
『자녀를 학교에 보내기가 힘든게 아니라 학교에서 집으로 데려오기가 더 힘들다』는 학부모들의 이야기는 어린이들이 지역사회학교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새삼 실감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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