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 용산기지 철수도 '자주' 때문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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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주한미군 병력이 서울에서 완전 철수하게 됐다. 용산에는 업무협조단이란 이름의 연락관 50명만 남는다고 한다. 안보를 우려하는 많은 사람이 한미연합사와 유엔사령부만은 서울에 남기를 바랐으나 이 희망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장의 걱정은 정말로 안보에 문제가 없느냐다. 국방부 측은 전자통신 기술과 원거리 타격 능력 향상으로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왜 고건 총리까지 북핵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미군 재배치를 연기해 달라고 주한 미대사에게 요청했었는가. 국회 과반수에 이르는 1백47명의 의원이 용산기지 이전 반대서명을 한 것도 괜한 걱정이란 말인가.

비용도 문제다. 우리 측은 미군 이전비용으로 30억달러를 부담할 것이라고 한다. 여기엔 미군이 떠나는 데 따른 전력 약화를 보완할 대체전력 확보 비용은 들어있지 않다. 미2사단도 한강 이남으로 떠나게 돼 있어 유사시 미군의 자동개입을 담보하는 인계철선은 사실상 폐기된다. 이를 보강하기 위한 비용은 도대체 얼마가 될 것인지 짐작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다. 미2사단이 보유한 장비 확보 비용만도 최소 50억달러 이상이 든다는 지적도 있다. 여기에 불안을 느낀 외국인들의 투자 위축 등 경제에 미칠 영향까지 따진다면 계산이 안 나온다.

실리로 보거나, 현실로 보아도 미군을 용산에 일부라도 남게 하는 것이 국익이라는 점이 자명한 데도 왜 이런 식의 완전 철수라는 결론이 날 수밖에 없었는가. 결국 바로 하루 전에 있었던 외교통상부 장관 경질을 둘러싼 '자주' 대 '동맹'이라는 엉뚱한 이분법이 이번 협상에서도 적용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미군은 용산에 남아 있는 조건으로 28만평을, 우리는 17만평을 고집했다. 11만평 때문에 스스로 국익을 저버리다니 어처구니없다. 노무현 정부의 한심한 명분론 때문에 안보가 타격받았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물론 서울에 외국군 기지가 있는 것을 반길 국민은 없다. 자존심 문제라는 말도 맞다. 그러나 북한의 위협은 변하지 않았다. 안보를 포퓰리즘으로 망치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