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노이로제,마음의 병 컨디션 조절이 최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 ○… ○… ○… ○… ○… ○… ○… ○… ○… ○… ○… ○… ○… 올해 의학계는 복제인간,유전자치료법개발,게놈사업등으로 해 마치 꿈나라에 온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만큼 떠들썩한 한해였다.그러나 이와 같은 21세기 첨단의학의 궁극적 목표가 결코 암치료나 노화예방과 같이 거창한 사업에만 있는 것은 아 니다.인간의 행복을 위해선 아프지 않고 오래 사는 것 못지않게 즐겁고 편안한 마음을 갖는 것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간의 마음을 원하는대로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야말로 의학계가 풀어야할 영원한 숙제일지도 모 른다.마음에 병이 있어 괴로운 노이로제환자에 대한 현대의학의 충고를 서울大의대 金重述교수(정신과)의 도움말로 들어본다.
…○ …○ …○ …○ …○ …○ …○ …○ …○ …○ …○ …○ …○ …○ 노이로제를 굳이 우리말로 옮긴다면 「신경증」이가장 적당한 표현이다.
신경증이 먹고 살만한 사람이나 걸리는 행복한 질병이라는 일반인의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18세기초 발간된「영국의 질병」에 의하면 당시에도 전인구의 3분의1정도가 신경증에 해당하는 증세를 앓았다는 것이다.이는 오늘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나오는 30%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많은 것으로 단순히 물질문명의 발달이 신경증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닌 셈이다.
다만 당시의 신경증이 먹고살기 위한 절박한 상황에서 비롯된 마음고생으로 인한 것이었다면 현대인은 좀더 고급스러운 신경증에시달리고 있다는 것.언론매체의 발달과 대중교육의 확대로 개인의성취욕과 행복추구권이 높아지면서 상대적빈곤감이 더욱 심화되고 과학기술의 발달은 오히려 무한경쟁체제를 불러와 승자가 되기위한압박감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신경증과 정신병=마음의 병은 크게 신경증과 정신병의 두가지로 나뉜다.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신경증은 신경과민.신경쇠약.불안증과 같이 일반인에게서도 자주 볼수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보도블록의 금을 밟지않고 걸어야만 마음이 편한 강 박증,광장공포증.高所공포증과 같은 공포증,마음때문에 몸이 아픈 정신신체장애등 매우 다양하다.이러한 신경증이 정신분열증과 같은 정신병과구별되는 가장 큰 차이점중 하나는 정신병환자가 자신이 미쳤다는사실을 극구부인하는데 비해 신경증■ 자는 자신의 비정상적 심리상태에 대해 항상 괴로워 한다는 것이다.극단적으로 말해 자신이미쳤음을 시인하느냐의 여부가 신경증과 정신병을 구분하는 기준이된다는 뜻이다.정신병이 유전적 혹은 대뇌질환과 같은 신체적요인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는 대신 신경증은 환경적요인이 더욱 중요하다.또 정신병은 환청.환각등 비현실적인 증상과 함께 심각한인격의 붕괴가 진행되므로 입원과 약물치료등 적극적 치료가 필요한데 반해 신경증은 대개 정상생활이 가능하며 저절로 증상이 좋아지는 경우도 많다.
◇신경증극복비결=마음의 병은 마음으로 고쳐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인간의 정신활동 역시 의학적으로 보면 뉴런이란 신경세포들이 수십억개이상 모여 만들어내는 생리현상의 일종이므로육체의 컨디션을 좋게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 요하다.신경세포는 우리몸의 다른 세포완 달리 자주 교체되지 않고 아기때 형성된 것이 평생 지속될 정도로 잔고장이 없는 튼튼한 구조이나 각종 스트레스로 들볶이게 되면 탈이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경세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산 소와 포도당이다.뇌는 체중의 20분의1도 안되지만 전체 산소의 4분의1가량을 혼자 써야 하며 5분만 중단돼도 죽게 된다.산소공급을 위해 중요한 것은 호흡이다.신경과민이나 쇠약으로 시달리는 사람은 1회 들이쉬는 호흡량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따라서 이들에겐 심호흡이나 단전호흡을 통해 충분한 양의 산소를 마시는 것이 필요하다.
들숨과 날숨중 보다 중요한 것은 날숨이다.날숨이 충분치 못하면체내에 이산화탄소가 쌓여 산성체질이 돼 신경세포에 해를 끼치게된다. 포도당을 비롯한 각종 영양분의 섭취 역시 중요하다.「위가 머리를 지배한다」는 서양속담처럼 신경증환자는 먼저 위장관리부터 해야 한다.특별히 음식을 가릴 필요는 없지만 야채 속의 비타민과 우유속의 칼슘성분은 신경을 안정시키는데 도움을 주므로권장할 만하다.
대부분의 노이로제는 충분한 산소와 영양공급,휴식과 같은 보존적 요법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그러나 증상이 심할 경우 정신과의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이 경우 정신과의원을 찾거나 심리상담 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부끄러워해선 안된다.미친사람만이 정신병원을 찾는다는 잘못된 인식이 문제라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정신과의사를 찾는 사람의 80%이상이 정신분열증과 같이 심각한 병이 아닌 단순한 신경증환자라는 것.
◇수험생신경증=입시지옥에 시달려야하는 수험생에게 신경증이란 어찌보면 없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시험공포증은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수험생 신경증으로 중요한 시험때만 되면 평소 실력보다형편없는 점수가 나오는 경우다.특히 시간에 쫓겨 가며 계산과 논리적인 추론과정을 필요로 하는 수학문제를 풀어야 할때 자칫 문제가 평소방식대로 잘 안풀리면 갑자기 머리가 텅비는 느낌과 함께 사고가 정지되고 시계바늘 돌아가는 소리만 크게 들린다는 수험생들이 많다.
이들에겐 실제 시험상황과 똑같은 모의시험을 여러차례 치르는 것이 도움이 된다.이러한 신경증이 시험이란 낯선 환경에 대한 적응장애임을 생각할때 거듭된 훈련을 통해 극복해 나간다는 것이모의시험이 갖는 심리학적 이점이다.
적어도 시험보기 1주일전부터는 취침시간을 시험당일과 같게 맞춰 생활하고 다른 특별한 학습계획을 세워 무리하지 않는 것이 심신의 안정을 유지하는 방법이다.시험당일 카페인음료나 각성제의사용은 금물이다.중요한 것은 옷을 두둑하게 입고 따뜻한 음료를마신다거나 심호흡을 반복하는 것으로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洪慧杰기자.의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