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태극전사 "목표는 4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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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개최국의 이점보다는 개최국으로서의 부담이 더 큽니다."

2002 한.일 월드컵 축구대회 전까지 한국 축구의 레퍼토리는 '16강'이었다. 우리의 소원은 '16강'이었고 꿈에도 소원은 '16강'이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했던 '4강 기적'을 이뤄냈고, 그 후로 한국 각급 대표팀의 목표는 무조건 '4강'이 됐다.

17세 이하 대표팀의 박경훈 감독도 5월 U-17 월드컵 본선 조 추첨 당시 "월드컵에서도 4강에 갔는데 그것 말고 다른 선택이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렇게 청소년팀의 목표는 4강이 됐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페루.코스타리카.토고와 함께 A조에 속했다. 조 편성 직후 "16강 진출은 무난하겠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름만으로는 부담스러운 팀은 없지만 U-17은 FIFA 랭킹이나 팀의 명성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내곤 했다.

박 감독은 조 1위로 16강에 오르는 것을 1차 목표로 삼았다. 예선경기를 통해 분석한 결과 A조 상대 중 토고가 가장 껄끄러운 것으로 나타났다. 체격 조건이 뛰어나지 않은 페루, 조직력이 탄탄하지 못한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일단 2연승을 노리고 있다. 토고는 개인기나 체력이 좋아 만만히 볼 수 없다.

한국은 대회를 앞두고 수원에서 일주일, 제주에서 일주일간 전지훈련을 했다. 수원에서는 내셔널리그팀을 상대로 스파링을 했고, 제주에서는 이번 대회 참가팀인 잉글랜드.뉴질랜드와 평가전을 치렀다. 잉글랜드에는 0-4로 대패했고, 뉴질랜드는 4-0으로 대승했다. 박 감독은 "선수들이 잉글랜드전 패배를 통해 겸손함을 배웠고, 뉴질랜드전 승리를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어린 선수들이라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위기대처 능력이 부족하다"며 "이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성적의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선수 대부분이 중학교를 마치자마자 프로에 뛰어들었던 현 U-20팀은 U-17 시절부터 '역대 최고 팀'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선수 대부분이 고교생인 현 U-17팀에 그런 찬사는 없다. 이를 의식한 듯 선수들은 더욱 이를 악문다. 키플레이어인 윤빛가람(부경고)은 "U-20 형들을 대신해 우리가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주장인 김동철(태성고)은 "내용보다는 결과가 좋은 경기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서귀포=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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