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 포탄이 떨어질지…”/군부대 주변 「오발탄 공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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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이번엔 파주 돼지우리에 날아들어 26마리 몰사
【파주=전익진기자】 포사격 훈령장들이 있는 경기도 북부지역,특히 파주와 포천지역 주민들이 포탄날벼락 노이로제에 걸려 있다.
언제,어디에서 포탄이 날아들어 어떤 피해를 볼지몰라 불안한 나날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민가에 날아든 포탄에 돼지들이 몰사하고,학교운동장에 대전차 포탄이 날아드는가 하면 미군 훈련헬기에서 발포한 빗나간 유탄에 온 산이 불바다로 변하는 등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16일 오전 1020분쯤 경기도 파주군 월롱면 능산1리 조석래씨(47) 집 돼지우리에 인근 포사격장에서 쏜 것으로 보이는 포탄 한발이 날아들어 불이 나 돼지 26마리가 떼죽음 당했다.
조씨에 따르면 『포사격소리가 들리다 갑자기 「우지끈」 「꽝」하는 굉음이 두차례 들려 나가보니 돼지우리에서 불길이 치솟고 우리지붕에 지름 5㎝ 정도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고 말했다.
능산1리는 30여가구가 모여사는 마을로 주민들은 『7∼8년전에도 월롱국교앞에 포탄이 떨어진 적이 있었다』며 『언제 어디에서 또 포탄이 날아올지 몰라 불안하다』고 사고조사를 하던 군관게자들에게 거칠게 항의했다.
원인조사에 나선 군·경은 모부대에서 연습용 축사탄을 이용한 사격훈련을 한 사실을 밝혀내고 축사탄이 공중폭발하지 않은채 돼지우리에 떨어지면서 폭발,불이 났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정확한 화재원인을 조사중이다.
국방부는 이와관련,『군부대의 훈련용 축사탄 사격중 강한 바람에 포탄이 목표를 벗어나 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상청은 『이날 이 지역에는 사고시간을 전후해 초속 1∼3m의 약한 바람이 불었다』고 밝혀 국방부의 해명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앞서 지난 8일 오후 2시35분쯤엔 경기도 파주군 적성면 마지리 적성종합고등학교 운동장에 90㎜ 전차포 한발이 떨어져 지름 1m30㎝,깊이 70㎝ 정도의 웅덩이가 패었으나 마침 학생들의 수업이 끝난후여서 인명피해는 없었다.
또 지난달 8일 오후 4시쯤에는 경기도 포천군 이동면 연곡리 전차사격장 국망산에서 사격연습용 포탄이 빗나가 불이 났으며,같은날 오후 4시30분쯤엔 포천군 영중면 영송리 미군 2사단 헬기 사격장에서 헬기사격 연습중 불이 나 2곳의 산림 10만여평이 불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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