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팅열전>饑餓시장-초기엔 매진사태 공급늘리면 인기폭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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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오랫동안 굶주림에 시달려온 아프리카 난민들에게 갑자기 고기와우유등을 엄청나게 먹였을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까.배탈.설사는피할 수 없고 심하면 목숨을 잃는 경우도 생길 것이다.
상품시장에서도 이같은 일이 가끔씩 벌어지는데 대표적인 사례가오래전 온동네 골목을 휩쓸었던 어린이들의 「스카이콩콩 열풍」이다. 중소업체의 기발한 아이디어제품이었던 스카이콩콩은 한두 어린이가 타기 시작하면서 모방심리를 부추겨 다른 어린이들에게 급속도로 확산됐고 순식간에 품절되는 상태에 달했다.아이들의 성화에 못이긴 어른들이 학교주변 문방구점을 돌아다니며 『 제품이 나오면 먼저 달라』고 부탁하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판매점들은 앞으로의 수요까지 감안,미리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앞다퉈 제조업체에 공급요청을 했고 이때문에 자신감이 붙은 제조업체도 엄청난 돈을 끌어대 생산설비 확대.대리점설치등을 했다.
24시간 공장을 풀가동한 끝에 판매점들의 요구물량을 간신히 댈수 있었으나 상황은 이때부터 갑자기 달라졌다.
유사제품까지 합세해 문방구점마다 제품들이 쫙 깔리자 아이들은「흔해빠진 것」이라고 다른 놀이기구쪽으로 눈을 돌렸다.아이들의유행은 그자체의 흥미여부보다 「갖고 있는데 대한 자랑,없는데 대한 부러움」이 가장 큰 요인이었기 때문이다.반 작용은 반품사태로 바로 이어졌고 초기이익을 모두 재투자에 돌렸던 제조회사는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이같은 현상은 어린이용품 외에 생활용품.출판업계에서도 종종 빚어지는데 「히트치고 망했다」는 것이 대부분 이처럼「배고프다고 밥달 라한대서 무조건 줬다」벌어지는 것들이다.
말을 지어내기 좋아하는 日本사람들은 이같은 현상을 饑餓시장(Hungry-Market)이라고 이름 붙이기도 한다.
물론 이에 대한 대처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소비자들의 엄청난 요청에도 불구,공급량을 마구 늘리지 않고 일정량을 유지해 「마셔보기 힘든 술」이라는 명성을 수년째 지키고 있는 국내B社의 한 과실주가 좋은 예다.
〈李孝浚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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