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한국축구유감>下.별볼일없는 경기 텅빈 스탠드 당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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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한국축구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뭐니뭐니 해도 관중들을 다시 운동장으로 모으는 것이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벌어지던 지난 10월23일 저녁 우리 현대팀은 울산에서 아디다스컵대회에 출전했는데 운동장이 텅비어 있었다. 더구나 그날은 지금 호남대학 코치로 있는 鄭東福 선수의 은퇴식이 있는 날이어서 축구선배의 한사람으로 미안하기도 했고,또『도대체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하는 회의도 일었다. 관중이 없는 경기장을 보면 저절로 부끄러워진다.
무엇보다 우리의 책임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92년 시즌 같은 경우는 마지막까지 4개팀이 우승을 점칠수 없는 숨막히는접전을 벌였었고,또 그에 걸맞은 수준 높은 경기를했었기 때문에 『우리는 할일을 다했다.이렇게 했는데도 관중이 없는 것은 각구단과 언론의 책임』이라며 화를 냈 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어쩌면 그것까지도 현업에 있는 축구인들,즉 우리들의 몫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중문화가 판치는 요즘은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스타가 있어야한다.특히 관중이 생명인 스포츠에서 스타는 절대적이다.
관중들은 스타들의 화려한 플레이를 보기 위해 구장을 찾는다.
스타가 만들어지고 스타의 모습이 팬들에게 좀더 가깝게 느껴지게 하려면 구단과 언론은 좀더 가까이서 그들에게 포커스를 맞출만큼 부지런하고 애정이 있어야한다.
더구나 청소년들의 취향은 축구나 야구 그 자체보다 스타를 더좋아하는 경향이 뚜렷하니까 우리는 그들의 스타일로 유혹할 수밖에 없다.
구단이나 지도자들도 팀홍보방향을 바꿔야한다.
스타를 많이 만들어야하고 필요하다면 팬클럽운영등에도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한다.
나는 내년 시즌에는 우리 숙소의 내방 옆에 작은 방을 하나 준비해 경기가 끝나면 선수들이나 코칭스태프들이 기자들과 대화를나눌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가지게 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편싸움이나 기자정치(?)같은 것에는 심한 결벽증이 있는 나이지만 이제는 우리 선수들의 스타만들기를 위해 스스로 뛰어들기로했다. 「개성이 강한 축구선수들.」 그들의 모습과 생활이 그대로 알려진다면 축구를 보는 팬들의 재미가 한층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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