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교육을 위해서라면] "학교 배정 잘해라" 부녀회서 압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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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7일 중학교 배정을 앞두고 일부 아파트 부녀회가 들썩이고 있다.

특정 학교에 넣어 달라며 연대서명을 받는가 하면 전학 목적의 위장전입자를 색출하겠다며 팔을 걷어붙이기도 한다.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밤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부녀회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우리 아파트의 아이들이 인근 S중학교로 배정을 받을 수 없다고 합니다. 교육청에 제출하기 위한 서명을 받겠습니다."

발단은 그날 낮에 있었던 교육청의 중학교 배정 설명회였다. 아파트와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둔 S중학교 대신 다른 학교로 배정될 수 있다는 말에 엄마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결국 이날 하루 동안 주민 2백여명이 서명을 마치고 다음날 1백50명의 학부모가 교육청으로 몰려가 담당 공무원을 다그쳤다.

주민들이 내세우는 명분은 근거리 배정 원칙.

"담장 하나를 두고 코앞에 학교가 있는데 왜 멀리 통학을 해야 하느냐" "학교에 붙어 있으니 당연히 S학교로 배정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

속사정은 더 복잡하다. S중학교는 인기 학교로 손꼽히는 곳. 지난해에도 이 학교로의 배정을 둘러싸고 인근의 아파트 부녀회가 연대서명을 받기도 했다.

같은 학군 내에서도 좋은 학교와 처지는 학교가 있는 탓에 학부모들로서는 학교 배정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학교 배정이 집값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고 한다.

서울 광진구의 또 다른 아파트. 3년 전 인근 K중학교로의 배정을 둘러싸고 서명과 항의 방문 등을 했던 곳이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현재는 부녀회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나서지는 않지만 중학교 배정 대상이 되는 학부모들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도 서울 강남의 타워팰리스 입주자들이 명문으로 불리는 D중학교로의 배정을 놓고 대치동 아파트 주민들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 측은 "부모의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실력행사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학교 배정은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이뤄진다"고 밝혔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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