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위해 政爭 중단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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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오전 8시20분 서초동 집을 나섰다. 내외신 신년 기자회견이 잡힌 날이다. 차 안에서도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마지막으로 자문했다. 연신 메모를 하는 鄭의장의 수첩은 일자리 창출과 민생 관련 내용들로 가득했다. 전날 노무현 대통령이 연두 회견에서 던진 화두를 이어가려는 의도다. 1단계 총선 전략이었던 양강 구도가 착근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민생 챙기기를 2단계 총선 전략으로 가져가려는 것이다.

오전 10시 국회도서관 대강당. 鄭의장은 회견문을 읽어 내려갔다. "실업 극복의 가시적인 성과와 민생에 파란불이 켜질 때까지 모든 정쟁(政爭)을 중단할 것을 한나라당과 야당에 제안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가 자신이 제안한 1대1 토론을 거부한 데 대해서는 "崔대표와 한나라당의 대화 상대는 盧대통령이 아니라 정동영과 열린우리당"이라고 못박았다. 청와대가 아닌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대립각을 분명히 하면서 여당으로서의 위치도 재확인하겠다는 의미다.

또 鄭의장은 "정치개혁과 더불어 열린우리당의 둘째 지상과제는 일자리 창출"이라고 했다. 전날 盧대통령이 제안한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경제지도자회의'에 대해선 "자연스러운 당정 협력의 단초로 받아들여 당이 앞장서 대안을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열린우리당을 현장정당.경제정당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배포된 원고에는 없던 내용이었다.

회견장엔 우즈베키스탄과 핀란드.베트남 대사 등 주한 외교사절 20여명이 참석했다. 전당대회가 아닌 기자회견장에 외국 대사가 참석한 것은 전례가 없다. 이 때문에 "안내문을 보낸 것이 외교상 결례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鄭의장 측은 "각국 대사관에 기자회견임을 분명히 설명했는데도 참석하고 싶어해 말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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