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시각>따로노는 美외교 3두마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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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美國 외교정책입안 책임자 3인의 스타일이 서로 달라 내부갈등이 빚어지는 조짐이 있다.
빌 클린턴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미국 행정부의 외교정책 최고 결정자들은 백악관을 대표한 앤터니 레이크 안보담당 보좌관과 국무부의 워런 크리스토퍼장관,국방부의 레스 애스핀장관으로 집약된다. 특히 이들간의 갈등은 대학교수 출신으로 백악관을 대변하는레이크보좌관과 각각 상원과 하원 의원 출신들인 크리스토퍼.애스핀장관과의 대립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레이크-크리스토퍼간의 갈등은 지미 카터대통령 시절의 즈비그뉴 브레진스키안보담 당보좌관과사이러스 밴스국무장관간의 갈등에 비견되고 있다.
레이크보좌관은 거의 매일 클린턴대통령에게 안보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의 외교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으며 크리스토퍼와 애스핀장관은 각각 행정부서를 대표해 대통령과 협의,정책을 결정.집행한다. 이들간의 갈등은 심각할 정도의 대결까지는 가지 않지만 스타일상의 차이로 인해 적지 않은 마찰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레이크보좌관은 학자출신답게 점심식사도 혼자 하는 때가 많고 식사를 하면서 역사책을 탐독하는 등 자칭 완벽주의자로 독특한 면모를 보이면서도 F16같은 공군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것을 즐기는가 하면,회의장에서는 多辯에 활발한 토론을 좋아해 특히 과묵한 편인 애스핀장관과 대비되고 있다.
그는 백악관에 들어간뒤 자신의 지론이던 「뒤켠에 선 보이지 않는 보좌관」에서 활발한 대외연설에 나서는 등 전면등장으로 태도를 바꿔 크리스토퍼장관의 입장을 난처하게 하는 경우도 많다.
이와달리 오랜 의회생활을 통해 세련된 크리스토퍼장관은 인터뷰를 하더라도 꼭 그 결과와 효과를 계산,면밀한 답변을 준비하는세밀한 면을 갖고 있으며 백악관의 외교정책 결정과정에서 입안 책임자들의 공동협의에 의한 결론을 중시한다.
애스핀장관은 국방부내 전문가들로 짜여진 외교담당팀을 이끌면서백악관회의에서는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레이크보좌관은 이같은 애스핀장관을 겨냥,활발한 토론없이 어떻게 창의적 정책이 나올 수 있느냐고 비아냥거리기까지 했다.
크리스토퍼장관과 애스핀장관의 차이는 회의준비자세에서 나타나고있다. 크리스토퍼장관이 회의나 브리핑에서 여러장의 자료를 마련해 발언에 대비하는 반면,애스핀장관은 서류봉투 뒷면에 몇가지 메모만을 적어 들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이는 회의에서도 그대로 차이가 나타난다는 것.
레이크-크리스토퍼간의 대립은 최근 백악관회의를 어떻게 하느냐는 문제로 표면화됐다.
크리스토퍼장관은 소말리아사태등으로 클린턴대통령의 외교정책 리더십이 문제가 되자『린든 존슨이나 지미 카터대통령등 전임 민주당대통령들이 했던 것처럼 대통령 주재의 3자 식사회의가 있어야한다』고 클린턴대통령에게 직언했었다.
존슨대통령은 매주 화요오찬을,카터대통령은 매주 금요조찬을 주재,부드러운 회의와 심도있는 회의를 했었다는 것이 크리스토퍼장관의 주장이다.
이에대해 레이크보좌관은『그런 것이 왜 필요하냐』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레이크보좌관으로 부터 너무 과묵하다는 비판을 받고있는 애스핀장관측은 레이크보좌관의 백악관 안보팀은 조직이 엉성하고 인맥이 정치적으로 짜여 오히려 비전문적이라고 역공하고 있다. 이같은 스타일의 차이는 회의에서 격렬한「화학적 반응」을 불러일으키지는 않지만 약간의 불협화음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정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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