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을살리자>7.의성배추 지키는 한골마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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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같은 땅에 일반 배추를 심으면 훨씬 이익이 되는 줄 알면서도이를 마다하고 굳이 맛을 찾아 토종배추만 고집하는 경북의성군의성읍중리 한골 마을 사람들.
대구에서 자동차로 5번 국도(대구~안동)를 따라 1시간 정도의 거리.
군청 소재지 읍이면서도 전형적인 농촌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있는 마을 어귀에 들어서면 야산 곳곳에 일반배추보다 키가 껑충크고 잎수가 성글어 바람에 흐늘거리는 배추밭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의성배추는 중리를 중심으로 인근 비안.단촌.단북면 등의성군 일대에서만 재배돼 오고 있는 것.
올해 의성군내에서 배추를 심은 9천20여가구중 70% 이상이바로 이 배추를 심었을 정도다.
그러나 상품성이 없어 시장에 내다 팔지는 않는다.
주민 金宗模씨(65)는『생산성에서는 떨어지지만 특유의 맛을 잊지 못하는 주민들에 의해 지금껏 명맥을 유지해 오고 있다』고그 역사를 밝혔다.먹을 게 없었던 옛날,이 지역 주민들이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소나무 껍질을 벗겨 먹을 때도『무 하나는줄 수 있어도 배추 뿌리는 못 준다(종자용으로 쓰이기 때문)』는 말이 지금까지 전해 질 정도로 애지중지 종자를 가보처럼 간직해 왔다.
이처럼 우리 곁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토종배추이면서도 모두의무관심속에 멸종위기를 맞고 있던중 올 4월 의성 경신종묘사가 이 지역에서 채집한 우수종자만을 골라「명지엇가리배추」라는 품종을 생산하기 시작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義城=洪權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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